그리고

G SHOCK :: 본질을 꿰뚫는 40년 역사의 시계 브랜드

아이라이대 2023. 3. 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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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0대로 살아가는 남성 대부분은 카시오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지샥(G SHOCK)"을 구매하거나 사용해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불 들어오고 소리나는 기능이 있는 시계가 최고인 초등학생 시절 뿐만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하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샥은 항상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G-SHOCK의 G는 중력(Gravity)를 뜻한다. 중력만큼의 거대한 쇼크도 견뎌낼 수 있는 강력하고, 튼튼한 시계라는 뜻을 직관적으로 담아낸 브랜드 네임이다. 그리고 이 직관적인 이름과 내구성때문에, 보통은 이 브랜드를 "시계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만든 결과물일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지샥은, 업무에 쫓긴 신입 연구원의 한줄짜리 기획서에서 시작되었다.

카시오의 서브브랜드로 시작한 지샥은 이제 전세계적인 시계 브랜드가 되었다.

 

시계에 그닥 관심이 없지만 어쩌다 보니 카시오에 입사한 이베 키쿠오라는 신입사원이 있었다. 그는 매달 숙제처럼 제출해야하는 신제품 기획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졸업선물로 받은 시계가 작은 충격에 산산조각 나는걸 보고 그는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한줄짜리 기획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이 단순한 한줄짜리 기획서가, 어떤 연유에선지 윗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베 키쿠오는 "절대 깨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기 위한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200개가 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3층 높이에서 시제품을 수없이 떨어뜨렸다. 쉽지 않았지만, 그는 시계 중심부를 지탱하는 완충제를 넣어 마침내 지샥의 첫 모델 DW-5000C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지샥의 첫 모델 DW-5000C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품 개발의 노력이 시장의 반응과 직결되지 않는다. 세이코를 비롯한 일본 기성시계 대비 투박하고 거친 디자인의 지샥은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1983년 출시 이후, 무려 10년간 지샥은 일본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지샥은 카시오의 애물단지 브랜드가 되는듯 했다.

 

그러던 와중에, 카시오 미국 영업지사에서 갑자기 지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미래가 안보였기에, 카시오는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미국용 광고까지 만든다.

지샥의 미국 광고, 지샥이 추구하는 본질을 잘 표현했다.

광고는 아이스하키 선수가 하키채로 지샥을 강하게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골키퍼는 이 슛을 정확히 막아내는데, 그렇게 강하게 쳤는데도 상처 없이 멀쩡한 지샥 DW-5000C가 골키퍼 장갑에서 클로즈업되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말도안되는 지샥의 내구성을 10초 남짓한 영상에 담아낸 것이다.

 

그리고 지샥은 이 광고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난다. 업무환경이 거친 경찰, 소방관 등 직종에서 지샥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뒤이어 스트릿 패션을 즐기는 이부터 서퍼, 운동선수들까지 인기가 번져나갔다. 특히 퍼렐 윌리엄스, 어셔 등 힙합 뮤지션들 사이 반응이 유독 뜨거웠는데, 패션 트렌드를 만드는 셀럽들이었던 만큼 지샥의 매출을 수직 상승한다.

퍼렐 윌리엄스는 지샥을 좋아하는걸로 유명하다.

83년 출시 후 10년의 무명시절, 그리고 반전의 매출 상승을 거둔 지샥은 이제 어엿한 글로벌 시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잠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메탈 시계 출시와 슈프림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전자시계답게, 신소재와 전자기기와의 연동 등을 통해 새로움을 계속 발굴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베 키쿠오는 지샥의 성공을 만든, 자신만의 생각법을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그는 "업계를 10글자로, 그리고 본인의 과제를 25글자로 정의하면 핵심이 보인다"라는 말을 했다. 업계를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핵심, 그리고 본인의 과제를 짧고 간결하게 요약하다보면 어느샌가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지샥을 만든 이베 키쿠오는 "10글자 업계정의"의 중요성을 말한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지샥은 지금까지 누적 1억 4천만개의 시계를 판매했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 "스마트워치"라는 강력한 트렌드를 맞이해,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자신들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자시계의 시대는 끝났다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업계의 본질, 그리고 변하지 않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 시계"라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이기에 지샥은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지샥, 그들은 이제 스마트워치와의 경쟁이란 새로운 과제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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