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지 :: 전주역 근처에서 밥 두 공기를 클리어하다
어느새 내 작은 블로그에 맛집 리뷰가 250개 이상 쌓였다. 공백기를 제외하면 약 2년간 블로그를 매일 포스팅했던걸 고려하면, 나름 2~3일에 한번씩은 맛집 리뷰를 작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반복되는 일상의 기록 중 하나인 "먹는 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중이다.
하지만 이런 꾸준한 기록과 달리, 내 맛집의 바운더리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특히, 전남/전북쪽은 아예 전무한 수준이라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던 중, 업무차 전주를 방문하며 전라도 맛집에 대한 갈증(?)을 나름 해소하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처음으로 기록되는 전라도 맛집은 바로 "도래지"다. 전주역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안걸리는 훌륭한 접근성을 가진 한정식집인데,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가 우연찮게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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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지역 맛집을 가면, 이런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항상 눈에 들어온다. 전주 객리단길 근처는 서울의 연남, 성수와 같은 감성담긴 간판들이 많은 반면, 전주역 근처에는 이런 얼핏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이런 화려한 간판들이 많다.
도래지는 복탕, 아구탕, 홍어탕 등 해산물 탕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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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늦은 저녁시간에 방문해서 식당이 붐비진 않았다. 착석하니 이모님이 바로 커다란 비닐을 테이블에 깔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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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었지만 회사 찬스로 플렉스를 하겠다고 마음먹은지라, 기세좋게 맥주 한병과 갈치탕을 주문했다. 1인분에 18,000원짜리 메뉴이니, 입 짧기로 유명한 나에겐 제법 큰 플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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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고장 전주답게 밑반찬이 상당히 화려했다. 술 잘먹는 사람들은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한병을 비울법한 구성이었다. 재료가 듬뿍 들어간 전부터 김차, 두부, 콩 등 반찬으로도 안주로도 훌륭할 메뉴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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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을 몇개 맛보고 맥주로 목을 축이니, 금새 갈치탕이 등장했다. 갈치조림은 많이 먹어봤지만, 이렇게 국물이 많은 갈치탕은 처음 먹어봐서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모님이 친절하게 불을 올려주셨고, 먹을 타이밍에 한번 다시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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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맛있었다. 갈치는 부드럽고 살이 꽉 차있었고, 같이 푸짐하게 들어간 감자와 무도 간이 완벽하게 베어서 정말 "밥 도둑"이라고 부를만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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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탕 국물이 졸아들수록 맛이 진해져서, 흰 쌀밥과 궁합이 정말 찰떡수준이었다. 식당에서 밥 한공기 이상 먹은적이 손에 꼽는데, 이 날은 어찌나 잘들어가던지 한 공기 추가해서 먹었다.
근데 사실, 이날 이게 첫 끼니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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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이 강력추천한 미나리까지 밥에 얹어서 야무지게 푸짐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꽃게장 정식과 갈치탕을 한참 고민하다가 선택한거였는데, 너무나도 만족했고 다음번엔 게장이나 다른 메뉴를 먹으러 꼭 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곳. 전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