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미국과 유럽 스포츠 리그의 차이, 그리고 MLS

아이라이대 2025. 6. 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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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두고 동화 같다고 말한다.
아마 월트 디즈니는 이 각본을 보고 "너무 과장됐다"면서 집어던질 게 분명하다!

앨런 버셔널 (레스터 시티 홍보대사)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시티는 2013-14 시즌 드디어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했지만, 이듬해 레스터시티는 강등의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2015-16 프리시즌, 전문가들은 대부분 레스터시티를 유력한 강등 후보로 점지했다.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는 도박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즌 전,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배팅한 사람은 단 25명이었고, 배당 확률은 5000배였다. 이러한 배당 확률은 네스호의 괴물이 실존할 확률, 엘비스 프레슬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음모론이 사실일 확률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물론, 14-15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조직력 있는 모습에 준수한 성적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예상은 보기 좋게, 아니 말도 안되는 충격과 함께 산산조각났다. 레스터시티는 22승 11무 3패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앨런 버셔널의 말처럼, 월트 디즈니도 "너무 과장됐다"라며 집어던질 각본을 현실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프랜차이즈 VS 클럽, 미국과 유럽의 차이

 

미국의 프로스포츠에선 레스터시티와 같은 기적과 같은 이야기가 흔치않다. 철저하게 상업성의 검증을 거친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시장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농구, 미식축구, 야구는 모두 대학리그에서 잉태되었다. 대학리그를 운영하며 그 상업성을 확인한 자본가들이 리그를 만들고, 각 지역별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프로 스포츠화 되었다.

 

그렇다보니, 철저하게 리그를 "평준화"하여 경쟁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각 구단의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스템을 통해 선발되고, 지난 시즌의 성적이 나빴던 구단일수록 좋은 순번을 받는다. 또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프로스포츠와 달리, "강등"의 개념이 없다. 즉, 매년 같은 팀이 같은 리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즌의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는 개념이 성립한다.

 

유럽의 축구 클럽에겐 연간 약 3~4개의 국내대회와 1개의 대륙대회의 기회가 있다. 이들에겐 자국 프로리그를 우승하지 못한다 해도, 컵 대회나 대륙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다르다. NFL 참가팀은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서론에서 언급한 레스터시티는 FA컵 64강 탈락, EFL컵은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리그에서 말도 안되는 드라마를 썼기에, 유럽 축구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프로스포츠는 단 하나의 목표를 두고, 수십개의 팀이 경쟁하는 형태이기에 상대적으로 이러한 드라마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물론, MLB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보여준 "머니볼"과 같은 드라마가 있지만, 엄연히 다른 장르다. 빌리 빈은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 전략으로 재임기간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진 못했다. 그의 머니볼 이론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은것과 달리, "우승"이란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미국 프로리그엔 해외 진출이 없다

 

유럽 스포츠 리그에선 국가간 이적이 활발하다. 손흥민 선수도 독일에서 영국으로, 호날두도 포르투갈에서 영국을 거쳐 스페인 리그로 이적했다. 유럽의 스포츠 클럽은 자국 리그 외에도, "대륙대회"라는 상징적 우승을 위해 끊임없이 선수를 발굴하고 돈을 투자한다.

 

반대로, 미국은 해외 이적이 거의 전무하다. 물론 각 종목의 가장 큰 리그가 미국인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애초에 리그 자체가 내수 시장만으로 완전히 굴러가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와 "로컬 보이"가 가지는 상징성에 더더욱 주목한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지역 연고가 있는 선수가 실력까지 갖춘다면 스타 플레이어가 될 확률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진다.

 

미국인들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가는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대학교에서 싹수를 보인 플레이어가 몰락하는 모습도,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만개하는 서사를 즐긴다. 그리고 그들이, 우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NBA 클리브랜드의 소년가장이었던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하겠다며 팀을 떠나는 모습도,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조니 맨지엘이 2시즌만에 고꾸러지는 모습 모두 "미국의 스포츠리그"안에서 일어나는 서사다.

 

팀, 클럽 자체가 서사가 되는 유럽의 스포츠 리그와 달리, 미국 프로 스포츠의 서사는 이러한 "리그 우승"이라는 절대적 목표가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메시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고 있는 MLS가 위태로워 보인다.


메시의 MLS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MLS가 위태로워 보인다. 베컴이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주가 된 뒤, 메시, 수아레즈 등 유럽 축구의 스타 플레이어를 적극 영입했다. 영입 후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는 매진 행진을 이어갔고, 실제로 MLS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메시, 수아레즈 이 후의 MLS다.

 

앞서 길게 설명한 것처럼, 미국인에게 프로스포츠는 "평준화" 속 "절대 강자"를 가리는 리그다. 전 세계 축구 레전드 메시가 선수 커리어 황혼기에 등장해 미국 리그를 휘젓는건, 미국인이 기대하는 프로 스포츠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구단이 만드는 갈락티코스보단, 스타 플레이어가 우승을 위해 구단과 딜을 하는 서사를 더 좋아한다. "리얼 월드"를 외치던 르브론 제임스가 아직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이유도, 오타니 쇼헤이가 스스로를 희생하며 다저스로 이적한 스토리에 더욱 열광한다.

 

이런 관점에서,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메시 이후 MLS는 많이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은 미국을 여행하는 수 많은 아시아, 남미, 유럽인들이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MLS, 엄밀히 말하면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코스에 넣어둔다. 하지만 메시가 은퇴하고 난 뒤에도, 축구 팬들이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궁금해 할지는 모르겠다. MLS가 아무리 "미국 축구판 갈락티코스"를 만들어도, 영원할 수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나는 아직도 2002년 월드컵의 랜던 도노반을 기억한다. 베컴이 LA 갤럭시에서 뛸 때, 동료로서 뛰던 도노반의 모습도 생생하다. 한국에서의 이미지를 떠나서, 축구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확고하게 쌓아온 도노반을 선수로서 존경한다.

 

MLS가 흥행하기 위해선, 미국의 프로스포츠 리그의 특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가 불러오는 관심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축구 팬으로서, 미국 프로축구 리그가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조금은 다른 접근법으로 리그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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