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만드는 유니콘 기업, 오늘의집
콘란은 햇살을 받으며 먹는 일요일 아침식사가 어떤것인지 알려줬다.
테란스 콘란은 영국에 "호화로운 삶의 취향(La Dolce Vita)"를 심어줬다.
뉴욕타임즈, 2020년 9월 테란스 콘란 사망 직후
영국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해비타트(habitat)"라는 가구매장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1964년, "영국 리빙라이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란스 콘란(Terence Conran) 경이 오픈한 가구샵은 60여년의 시간동안 영국인들의 삶을 바꾼 브랜드다.
"좋은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념으로 오픈한 해비타트는, 영국인들에게 일상 속 작은 변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알려줬다. 테란스 콘란은 합리적인 가격의 조명, 그림 하나가 집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영국 국민들의 집에 "리빙 아트"를 알려준 선구자로 불리곤 한다.
테란스 콘란은 리빙 아이템을 판매하는 "해비타트"를 통해 영국인들의 생활을 바꿨다.
콘란경이 사망한 2020년 9월,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이례적으로 긴 부고기사를 냈다. 뉴욕타임즈는 테란스 콘란 단 한 사람의 선구자적 행보가, 영국의 문화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해비타트 이후에도 "더 콘란샵(The Conran Shop)"과 같은 보다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리빙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회색 아파트 속 영국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색채가 깃들길 바랬던 인물이었다.
테란스 콘란이 해비타트를 오픈한지 6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일상 속의 리빙아트"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단위로 보자면 이케아(IKEA)와 같은 기업도 있지만, 오늘은 창립 8년만에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버킷플레이스의 "오늘의 집"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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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원룸에 활기를 불어주는 앱
그럴듯한 MZ세대란 말로 포장되고 있지만, 80년대~90년대 생들에게 삶은 제법 팍팍했다. 경쟁은 말도안되게 치열해졌고,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날마다 폭등하는 집값을 감당하기엔 불가능했다.
2014년, "누구나 예쁜집에 살 수 있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인 버킷플레이스가 출시한 인테리어 서비스앱 "오늘의집"은 이런 젊은 세대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다. 꿈은 크지만 현실은 작은 원룸인 젊은이들에게,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조언을 가득담은 사진을 제공하는 꿈같은 공간이었다. 공유된 사진 속 제품 정보는 쉽게 연동되어있었고, 사람마다 다른 주거환경을 고려해 나만의 집을 꾸밀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였다.
직관적인 이름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사진들은 단박에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시 2년만에 다운로드수 50만을 돌파하고, 본격적인 커머스 서비스도 시작하더니 2022년엔 창립 8년만에 기업가치 2조원정도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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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의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말 "서비스/인테리어" 카테고리만으로 현재의 위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급부상한 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물류센터를 확장하거나 당일배송으로 승부보는 어플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서포트하는 개념의 서비스다. 그럼에도 이들은, 현재 여느 유니콘 못지않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 감성에서 실용으로,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
오늘의 집은 아직 상장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 등장한다면, 장기 투자로 접근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유니콘 기업 중 하나다.
2019년 이천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오늘의집은 "가구 배송만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뒤이어 무료배송, 지정일 배송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인테리어 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랜선 집들이" "온라인 집들이"와 같은 키워드를 선점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인식시킨 후, 빠르게 실용적인 인프라 구축에 들어선 것이다.
요즘의 젊은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와 결과물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걸 좋아한다. SNS를 유심히 지켜보다보면, 다이소에서 천원, 이천원 주고 구매한 꿀템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컨텐츠를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집의 마케팅 역시 이와 같은 형태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가구는 용도가 한정되어있다는 인식이 기성세대에겐 강했다. 하지만 요즘의 소비자들은 오늘의집을 통해 자신만의 활용법을 공유한다. 특이한 모양의 꽃병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한다거나, 사이즈가 애매한 커텐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전엔 티비를 유심히 보며 전문가를 따라해야만 알 수 있던 인테리어의 팁은, 이제 오늘의 집을 통해 생성되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만큼 경쟁자들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가구"라는 제조하는 업체가 한정적인 카테고리의 특성, 그리고 이미 인프라 구축에 들어선 오늘의집은 당분간 이 경쟁 체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지난 마케팅 관련 포스팅에서 언급한것과 같이, 요즘은 브랜드 자체를 인식시키는게 중요하다. 이름만 들어도 인테리어 앱이란 느낌이 오는 네이밍, 그리고 8년간 차근히 쌓아온 브랜드의 이미지는 이 유니콘 기업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