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저수가 뭐길래, 49조가 증발한 넷플릭스

아이라이대 2022. 4. 30. 07:21
반응형
SMALL

매출=상품판매량이란 공식은 SNS를 비롯한 플랫폼 산업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페이스북, 넷플릭스의 유저수 감소는 곧 경쟁력 하락을 의미

OTT 대장 넷플릭스는 어떻게 상황을 헤쳐나갈까

시장에는 수많은 지표들이 있다. 전통적인 소비재 회사들은 제품을 판매하고 얻는 "매출"로 평가를 받았다. 회계가 발전하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보다 상세하게 매출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제품의 원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임대료 등 순수하게 사업체가 벌어가는 수익들을 분석했고, 부채와 현금, 자본 등을 함께 평가했다.

이런 기본적인 사업체를 분석할 수 있는 지표와 도구들은 오랜시간 투자자들의 이정표이자 나침반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회사의 "매출"은 환산이 가능한 서비스, 혹은 제품들로 발생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SNS 서비스가 등장했다.

 

SNS의 등장은 여러모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억단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SNS는 어느순간 값비싼 광고의 장이 되었다.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을 하는, 말 그대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기술"만으로 이들은 어마무시한 매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매출"의 개념이 SNS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 된 것이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은 "유저수(Number of Users)"에 기반한 새로운 개념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SNS에서 파생된 다양한 서비스들의 유료구독자, 월간 활성유저수(Monthly Active Users), 일간 활성유저수(Daily Active Users) 등 제품이 아닌 "사람"이 가지는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새로운 지배자로 군림한 IT 기업들에겐 "매출 = 유저수"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부터 시작된 플랫폼 서비스의 위기

지난 1월, 페이스북은 창립 이후 최초로 유저수가 감소했다는 공시를 냈고, 이와 함께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매출=유저수"라는 공식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사실 어느정도 예견된 위기였다. 페이스북은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으로 화합해야할 애플과 갈등이 있었고, 내부고발로 이미지가 흐트러졌었다. 로비로 어떻게든 억누르려던 틱톡은 계속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넷플릭스에게도 비슷한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집콕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90%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였던 넷플릭스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11년만에 유료 가입자수가 최초로 감소했다는 발표를 했다. 발표 당일, 넷플릭스의 주가는 25% 이상 폭락했다.
 

성장 정체에 빠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22년 1분기 유료 가입자수는 2억 2164만명으로, 지난 4분기 대비 약 20만명 감소했다. 순가입자 숫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건, 201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약 10년 5개월, 125개월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숫자 마이너스를 목격한 것이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작년 말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많은 히트작을 낸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에도 어느정도 선전할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22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약 250만명 순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니, 오히려 2분기가 되면 가입자 수 감소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OTT 대장 넷플릭스는 어쩌다 이런 결과를 맞이한 것일까?

 

리오프닝, 그리고 치열해진 시장

넷플릭스는 경쟁 시장속에서 고고한 학과 같은 정책을 펼쳤다. 자신들이 가진 방대한 양의 컨텐츠,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 대한 자긍심 때문인지, 디즈니를 비롯한 새로운 OTT 서비스가 저가 정책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가격인상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계정 공유를 막고, 광고를 보면 가격을 싸게 해준다는 정책도 검토중인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를 안보기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는 유튜브와 반대로,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면 싸게 해줄게"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서비스와 컨텐츠에 자신감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정책이기도 하다.

 

또한 넷플릭스는 1억명이 넘는것으로 추정되는 무단가입 계정에 대한 엄중한 단속을 선언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와 같은 남미 국가에서 여러 가구에서 한 계정을 사용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정책은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행동이다. 자본주의, 그리고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하는 사업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건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말과 정책은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효과가 천지차이다.

 

넷플릭스 말고는 볼게 없던 시절, 이들이 불법계정을 엄중히 단속하고, 광고를 포함한 저렴한 패키지를 판매했다면 사람들은 좋든 싫든 이런 정책에 순응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당장 한국에서만 해도 티빙, 왓챠, 디즈니 플러스 등 넷플릭스를 대체할만한 OTT 서비스는 넘쳐난다.

오징어게임 같은 히트작도, 요즘처럼 유튜브, 틱톡에 요약본이 잘 나와있는 세상에선 빠르게 훑는게 가능하다. 2차, 3차 창작물도 넘쳐나서, 정작 원작을 안봐도 회사나 학교에서 대화하는데 문제는 없을 정도다. "Netflix and Chill"이 고유명사처럼 되던 몇년 전과는 시장의 상황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가 10년 넘게 쌓아온 컨텐츠 기획력과 누적된 인기 시리즈들은 다시금 반등을 노릴만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감소했다하더라도 2억명이 넘는 유료회원수는 이들 매출에 큰 도움이 될것이고, 조만간 추가될 광고가 포함된 저가형 제품 역시 단기적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뭔가 방향이 잘못된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넷플릭스는 경쟁이 극도로 심화된 OTT 시장에서 왕좌자리에 있다. 넷플릭스보다 점유율이 낮은 서비스는 저렴한 정책으로 어떻게든 소비자를 뺏어오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광고가 포함된 저가형 상품이 아닌, 광고가 포함된 3개월 무료 기간을 주는 형식의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당장 멤버쉽 요금을 받진 못하겠지만, 그간 넷플릭스에 광고하고싶어 안달난 광고주들은 줄을 설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쫓아가기 위해 애쓰고있던 다른 OTT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위해 다시금 발버둥을 칠 것이다.

 

내가 제시한 방법은 그냥 내 여느글처럼,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뭔가 이들이 대안으로 말하는 정책들에서는 1위 포지션을 영리하게 활용하다는 느낌보단, 아직도 "넷플릭스 뽕"에 취해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넷플릭스를 4년 넘게 구독해온 애청자로서, 그리고 잠시나마 넷플릭스 주주로 행복했던 투자자로서, 나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더욱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잠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졌던 DVD 대여점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추억의 산물이 되질 않길, OTT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장의 선도자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