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라부부:: 블랙핑크가 택한 중국의 디즈니

아이라이대 2025. 6. 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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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국 캐릭터 산업을 바꾼 "POP MART" 첫번째 매장이 베이징에 오픈했다. 식품부터 문구, 디지털 제품까지 다양한 유행 아이템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출발한 "POP MART"는 2014년부터 캐릭터 인형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팝마트의 창업자인 1987년생 왕닌(王宁)은 소니엔젤의 판매량이 급증하는걸 보고, "아트 토이"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걸 직감했다. 왕닌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닌, 잠재력 있는 캐릭터를 발굴하고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2016년 1월, 왕닌은 본인의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여러분은 어떤 장난감을 수집하나요?"

중국의 젊은 사업가 "왕닌"이 창업한 팝마트. 몰리, 라부부, 소니엔젤 등 다양한 캐릭터 IP 굿즈 판매를 통해 성장 중이다.

"몰리(Molly)"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왕닌의 웨이보 포스팅 댓글창에 쏟아졌다. 홍콩의 디자이너인 케니 웡(Kenny Wong)이 가내수공업처럼 혼자 제작하는 캐릭터였는데, 10년 넘게 콜렉팅을 하는 팬이 있을정도로 충성도가 상당했다. 왕닌은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배팅했다. 2016년 8월, IP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팝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마무시했다. "몰리"는 4초만에 200세트가 팔렸다.

 

라부부 역시 비슷하게 팝마트를 통해 빛을 본 캐릭터다. 2015년 홍콩의 디자이너 카이싱 룽(Kaising Lung)이 만든 라부부는, 왕닌이 2019년 커뮤니티에서 발견하고 독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 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블랙핑크 리사, 로제까지 키링으로 사용하는게 노출되며 "대박"이 났다.

팝마트 성공신화의 시작이 된 "몰리". 홍콩의 디자이너가 가내수공업으로 만들던 이 캐릭터는 4초만에 200세트가 판매된다.



라부부의 성공은 얻어걸린게 아니다. 왕닌은 독점 계약을 맺은 IP를 "블라인드 박스"라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박스 안에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패키지 중 하나는 총 6가지의 각기 다른 색상의 라부부가 들어있다. 그리고 144분의 1의 확률로, "시크릿"이라는 미공개 토이가 나온다. 구매 후 꽝은 없지만, 6가지의 라부부와 시크릿 라부부까지 모두 모으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한 것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으면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까지. 2030이 원하는 가장 확실한 도파민을 자극한 것이다.

전세계 30억개가 판매된 라부부. 블랙핑크 리사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론 무인 자판기가 있다. 2025년 기준, 중국 내 팝마트 매장의 숫자는 약 400여개다. 하지만,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무인 자판기 수는 2,000개가 넘는다.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길거리에 있는 무인 자판기를 통해 라부부를 구매할 수 있다.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무슨 제품이 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까지 있는 "팝 마트"의 제품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컨텐츠 소재였다. 중국의 소셜 플랫폼인 샤오홍슈에는 팝 마트 제품의 리셀만 86만건 이상 올라와 있고, 레어템으로 분류되는 제품은 정가 대비 30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팝 마트의 캐릭터 상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놀이거리"로 인지되자, 왕닌은 이를 하나의 기회로 발전시킨다. 팝 마트는 해마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팝 토이 쇼"를 개최한다. 현장에서 뽑기를 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현장에서 교환도 가능하다. 소셜에서 문화적 현상이 된 캐릭터를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팝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로보샵"이라는 무인 자판기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보다 쉽게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팝 마트는 중국의 디즈니를 꿈꾼다. 라부부가 전세계에서 30억개 이상 판매되고, 가장 비싼 한정판의 가격은 한화 기준 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수치만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 않지만,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 팝 마트가 독점 운영하는 캐릭터들은 아직은 지속성과 세계관이 약하다.

 

디즈니가 100년 넘게 사랑 받는 이유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디즈니만의 확고한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다. 라부부에도 분명 세계관은 있지만 아직 빈약하다. 그래서 팝 마트는 2023년 9월, 테마파크 "팝 랜드(POP LAND)"를 오픈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라부부의 뒤를 이을 새로운 IP 발굴을 위해 전 세계를 탐방하고 있다.

 

디즈니와 같은듯 다른, 팝 마트의 IP 사업 전략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기대된다. 수 많은 IP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중국의 디즈니", 혹은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캐릭터 왕국을 건설할지 궁금하다.

2023년, 왕닌은 "팝랜드"라는 테마샵을 오픈하며 세계관 확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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