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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있는곳엔 전쟁이 없다? 올리브와 렉서스나무

아이라이대 2022. 4. 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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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출간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라는 책이 있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새롭게 시작된 세계화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책이었는데 당시엔 베스트셀러로 꼽히며 제법 인기가 많았다. 책을 지은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냉전이 끝난 10년 후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매우 직관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었다.

책 제목부터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는 인간이 가진 물질 향상 욕구를, 원초적인 '올리브나무'는 개인과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극도로 자동화된 렉서스의 공정과정을 물질적 향상 욕구로, 그리고 올리브 나무는 아직도 분쟁 중인 이스라엘과 중동간의 갈등과 같은 전통적인 정체성을 상징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매우 쉽게 이해시키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다양한 교육(?)들에서는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차용된 개념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위의 만화가 대표적인 예인데, 냉전시대 전까지는 "중국과 인도에 밥 못먹고 굶는 아이들이 있으니, 꼭 저녁을 남기지 말고 먹어라!"라고 훈육했다면, 냉전 이후에는 "중국과 인도애들은 지금도 공부하고 있으니, 너도 얼른 숙제를해"라고 훈육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계화 전까지는 그저 못사는, 제 3세계에 불과했던 중국과 인도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보다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의 상황(교육열)을 파악한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계화, 그리고 맥도날드 평화이론

이처럼 책의 저자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화의 진행과 현실을 이론적으로 비유해서 풀어냈다. 주옥같은 비유 중에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통해 가장 유명해진건 바로 "맥도날드 평화이론"이다.

프리드먼은 책을 통해 "맥도날드가 진출한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맥도날드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대국이 아니어야하고, 맥도날드가 매장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중산층의 규모가 커야한다. 그리고 중산층은 전쟁보단 안정을 추구하기에, 이들이 주류인 사회에선 전쟁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삼단논법식으로 펼쳐나가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지금 들어도 사실 그럴듯 해보인다.

간단히 프리드먼의 맥도날드 평화이론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이론의 모순은 쉽게 드러난다. 프리드먼은 맥도날드를 미국의 평화사절급으로 올려치기(?)하고있다. 이런 논리를 매우 비약해보자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체류하는 나라 사이에도 전쟁이 없어야한다.

맥도날드 진출 -> 미국의 동맹국

맥도날드의 성공 -> 중산층이 많은 국가

중산층이 많은 국가 -> 전쟁을 선호하지 않음

러시아 푸틴에 의해 깨져버린 맥도날드 이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프리드면의 "맥도날드 평화론"은 깨졌다. 이후, 프리드먼은 미국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Dell)의 부품을 제조하는 국가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는 "분쟁 예방에 관한 델 이론(Dell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으로 업데이트했지만, 이 역시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와장창 깨져버렸다.

사실 프리드먼은 잘못한게 거의 없다. 그는 여전히 똑똑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며, 세계화를 모든 사람이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구자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단 하나, 굳이 잘못을 찾자면, 그는 인류가 항상 반복해왔던 실수 중 하나인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경제적으로 행동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리드먼의 맥도날드 이론이 러시아, 아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와장창 깨진 후, 맥도날드는 러시아를 떠났다. 맥도날드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징하는 애플의 아이폰, 피자헛, 심지어 북유럽의 이케아까지 모두 러시아를 떠났다. 그리고 아직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프리드먼의 이론은 러시아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한건, 그 이후 러시아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을 먹기위해 웃돈을 얹어 중고거래를 하고, 미국을 필두로 한 다른 국가의 금융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ATM 앞에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맥도날드가 있는 국가 사이엔 전쟁이 없다"라는 프리드먼의 이론은, "맥도날드가 떠난 국가는 고통받는다"로 업데이트 되어야 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프리드먼의 이론은 무너졌지만, 그의 이론을 통해 우리는 평화와 고립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프리드먼은 이상적으로 "맥도날드"를 평화의 상징처럼 이야기했지만, 현실 속에선 "맥도날드 존재의 유무"가 그 국가의 안정성과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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