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美 월풀(Whirlpool)과 더욱 격차 벌이며 1위 자리 수성
2위와 격차 1조 4천억원 앞서... 가전제품 초격차 우위 시작될지 주목
2013년, LG전자는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라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LG와 삼성이 제법 선전하고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미국의 100년 전통 가전제품기업 월풀(Whirlpool),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등 전통적인 강자들이 너무 많은 시장이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세탁기 등 단일 품목에서야 LG의 기술력이 통할 수 있어도 전체 가전제품 시장에서까지 경쟁력을 갖추는덴 제법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아래 자료로 볼 수 있듯, 사실 LG와 삼성의 잠재력은 이미 2013년부터 꿈틀대고 있었다. 2008년 35% 이상이었던 월풀의 점유율은 LG와 삼성의 본격적 미국 진출 이후 5% 이상 하락했다. 특히 LG는 8~9% 수준이던 점유율을 5년 사이 13%까지 끌어올리며 치고올라가는 "신성"이었다.
글로벌 가전시장, 초격차를 꿈꾸는 LG전자
2021년, LG전자는 10년간 꿈꿔왔던 "글로벌 종합 1등"의 꿈을 이뤄냈다. LG전자는 2021년 약 7300억원의 격차로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가전시장 1위로 등극했다. 그 후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지난 4분기에는 월풀에게 3500억원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 1분기, 1조 3천억원이라는 한눈에봐도 제법 큰 격차로 "1위" 타이틀을 다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실적으로 통해, LG가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역시 올해 상반기 내에 2위 월풀과의 격차를 3조원까지 벌리며 가전제품 "초격차"의 시대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10년전에는 무모한 꿈처럼 여겨졌던 글로벌 1위 타이틀을 LG전자는 어떻게 달성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백색가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월풀
LG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월풀(Whirlpool)은 아직도 미국 시장에선 위상이 대단한 기업 중 하나이다. 미국인들에겐 가전제품하면 월풀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대중성이 높은 기업인데,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대중성이 이들의 장점이자 발목을 잡는 단점이 되었다.
월풀의 가전제품들은 매우 기본에 충실하다. 냉장고라면 말 그대로 냉장기능, 세탁기라면 말 그대로 세탁기능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건 제품의 대중적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고, 월풀은 이를 통해 미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월풀은 그 이상 나아가질 못했다는거다. 2010년이 될때까지, "백색가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백색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가전제품들이 대부분 하얀색으로 나오는데서 나온 단어이다. 미국에서도 White Goods라는 단어로 통용되는데, 이는 제네럴 일렉트로닉스(GE), 월풀과 같은 미국 대형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흰색으로만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달랐다. 아니 달라야만했다. 최근의 제품들만 보더라도 삼성은 비스포크(BeSpoke)를 내세우며 고객마다 커스터마이즈 된 디자인과 색깔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고, LG 역시 인테리어를 고려한 오브제(Objet) 컬렉션을 내세우며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보다는 기본, 그리고 안주를 택한 월풀은 빠르게 한국발 가전제품들에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스마트 기술, 그리고 지역 맞춤형 전략"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을 크게 세가지 전략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10년 이상의 시간과 어마무시한 인력을 투입하며, 이 전략들을 꾸준히 담금질했다. LG의 이런 전략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제품 중 하나는 2019년 출시된 "인스타뷰 냉장고"일 것이다.
LG는 홈파티가 많은 북미, 유럽시장을 고려해 50mm 원형얼음 제조가 가능한 냉장고를 출시했다. 거기다가 위스키 등 음료칸을 문을 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세련된 기능까지 추가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백색가전의 고정관념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던 미국 가전제품 시장에서 LG의 제품은 눈에 띄었다.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 LG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그렇다고 LG가 월풀 대비 기본기가 떨어지는것도 아니었다. 한번 구매하면 꾸준히 AS가 가능하고, 고장도 잘 나지않는 튼튼한 기본기 역시 소비자를 설득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거기다 IoT 등 스마트 기술이 꾸준히 접목되고 있었기에, 기술적인 면에서도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LG가 이렇게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었던데는, 국내에서 이미 삼성과의 치열한 경쟁구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술력이 상당한 두 기업이 내수시장에서 이미 한번 경쟁을 통해 제품을 보완하고 난 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다보니,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도나 만족도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빌트인, 기기연결성 강화에 포커스 맞추는 LG전자
1위 자리를 공고히하며, LG는 프리미엄 빌트인과 스마트 기술에 보다 포커스를 맞춰 글로벌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가된 IoT(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한 스마트홈 기술을 발전시키고, 아직까진 월풀이 주도하고있는 북미/유럽 시장의 빌트인 가전을 LG로 대체해 나가는 방향성이다. LG는 기기연결성의 장점이 있는 자사 가전제품을 패키지로 판매하여, 빌트인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LG전자의 실적 개선이 사실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 국내 주식이 너무나도 어려운건, 기업의 성장성이나 실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글로벌 지위를 쌓아나가고 있다. 국내 주식을 하고있진 않지만, 이런 뉴스와 산업 동향에 대한 이해는 더 나아가 미국 주식을 할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