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건듯했던 유럽 각 국가들은, 전력난 우려에 당분간 계획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완전 중단할 계획이었던 독일은, 온전한 "에너지 자립"을 위해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뿐만아니라 이탈리아, 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탈석탄 정책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력 위기가 눈앞에 오자, 유럽 국가들은 빠르게 상황을 인정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전에 전략난에 심하게 데인 경험탓도 있겠지만, "재생에너지 100%"라는 그럴듯한 슬로건보단 현실적 문제와 먼저 타협한 점이 인상적이다.

5년 전, 우리나라는 "탈원전이 절대 선이다"라는 식의 최면에 걸려있었다. 마치 종교처럼, 탈원전을 해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것처럼 너도 나도 우겨댔다. 그리고 그때마다 등장한 예시는, 유럽의 재생에너지와 탈석탄, 탈원전 정책 이야기였다.
5년이 지난 지금, 탈원전을 말했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앞서 말했듯, 탈석탄에 진심이던 독일 역시 자국민이 전력난에 시달리는걸 방지하고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탈 탈원전" 무브먼트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 좋아하던 유럽을 따라하는 모습은 없다. 아니, 오히려 스리슬쩍 빨간불이 들어온 전력 예비율을 시간의 흐름에 맡기며 잊혀지게 하려는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너지 정책은 10년, 20년을 바라보고 준비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전력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경제의 기간이 흔들리게 된다. 한때 정부에서는 원전 없이도 우리나라의 전력 예비율이 11% 수준이라며 탈원전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언급을 몇번 했었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이전부터 건설되어온 화력발전 등의 설비가 2017~18년 완공되며 전력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무 대책없이 원전 가동을 영구 중지하고, 손놓고 있는다고 없던 전기가 갑자기 생기진 않는다. 대한민국엔 100만 볼트를 마구 뿜어내는 피카츄가 없다.
원전이 무조건 옳고, 지향해야할 발전방식이라고 외치고자 하는게 아니다. 잘 굴러가는 원전을 "악의 근원" 취급하며, 정치적 이슈로 만들고 지지율을 얻으려는 일련의 행위를 비판하고자 함이다. 무언가를 없애기 위해서는, 대체 가능한 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없애버리는건 그들이 좋아하고 말하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특정 인물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국민 개개인부터 기업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력 문제에 대해, 예시로 자주 언급했던 유럽처럼 유연한 대처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