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미국에는 맥도날드(McDonalds), 버거킹(Burger King)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도 많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한 로컬 햄버거 전문점도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게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한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가 아닐까 싶다.
인앤아웃 버거는 Not-so-fast-food, 즉 패스트푸드이지만 신선함을 강조한 햄버거로 큰 사랑을 받고있다. 신선한 재료의 원활한 수급을 가장 우선시 여기는 인앤아웃 버거는, 미국에서도 서부 지역에만 매장을 여는것으로 유명하다. 비슷한 컨셉의 뉴욕 기반 쉐이크쉑(Shake Shack)이 서부, 그리고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확장하는것과는 매우 차별화된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앤아웃 버거는 2010년 텍사스주의 달라스, 2020년 콜로라도 정도까지만 진출을 하고, 대부분의 매장은 서부에만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패스트푸드답지 않은 신선함,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 텍사스, 콜로라도 등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때문에 인앤아웃은 7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캘리포니아엔 인앤아웃, 대전엔 성심당
보통 해외의 로컬 프랜차이즈들을 보면, 우리나라엔 왜 이런게 없지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곤 한다. 하지만 서론에 간단히 소개한 인앤아웃과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 4대 빵집이라 불리는 대전의 "성심당"이다.
1956년 대전역 앞의 작은 찐빵가게로 시작한 성심당은, 약 7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꾸준히 성장하여 이젠 대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성심당은 튀김소보루, 부추빵 등 시그니쳐 메뉴들 외에도, "대전"이라는 도시와 깊은 관계를 맺어오며 성장해왔다. 맞다. 인앤아웃이 캘리포니아와 서부라는 지역적 특색을 지켜온것처럼, 성심당 역시 충청도, 그리고 대전의 색을 유지하고 있는 빵집이다.
대전에만 10개 매장을 운영하는 고집
일반적으로 "대구 삼송빵집, 군산 이성당, 부산 옵스, 그리고 대전 성심당" 이 네 곳을 전국 4대 빵집이라고 칭하는데, 이 중 성심당만 대전 외의 지역에 매장을 열지 않았다. 대부분의 식당, 혹은 빵집이 장사가 잘되면 프랜차이즈화 시키는걸 고려하면, 성심당의 이러한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이라는 희소성이, 오히려 성심당을 4대 빵집 사이에서도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2021년, 성심당은 지난해 대비 29% 증가한 6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군산 이성당이 217억원, 삼송빵집이 103억원을 기록한걸 생각하면 압도적인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건 영업이익율이다. 성심당의 2021년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16.7%에 달한다. 이성당이 6.5%, 옵스가 5.2%의 이익율을 기록한걸 고려하면, 가장 효율적인 사업을 펼쳤다는 이야기다.
좀 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예시를 들자면, SPC 그룹이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2021년 영업이익율은 약 1.8% 수준이다. 매출 규모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사업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성심당은 말 그대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알짜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 성심당
성심당이 이런 알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건, 바로 대전에만 있는, 대전의 상징적 존재가 된 덕이 크다. 성심당은 이벤트성 팝업 스토어를 제외하면, 모든 매장을 대전 내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즉, 성심당의 빵을 맛보기 위해서는 대전에 방문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요즘 여느 백화점에서나 맛볼 수 있어 희소성이 떨어진 다른 4대 빵집과는 다른 "유니크함"이라는 특성을 가진것이다.
또한, 성심당은 대전, 충청도 사람들에겐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도 크다. 빵은 제품의 특성상 갓 구운 후에 가장 맛있다. 즉, 매장이 위치한 주변 사람들의 구매가 뒷받침이 되었을때, 맛에 대한 좋은 후기가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오랜 역사와 유명세로 대전을 대표하는 느낌이 있는데, 신제품의 메뉴명까지 "보문산 메아리" "대전 부르스"와 같이 대전스럽게 만들곤 한다.
거기다 지역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기부활동도 활발하다. 성심당의 빵은 재고가 남지 않기로 유명하다. 장사가 잘되는 덕도 있지만, 매일 남는 빵은 대전의 보육원, 미혼모 시설, 성당 등에 기부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매월 5000만원 상당의 빵들이 지역사회로 환원되고 있다. 이정도 되면, 대전 로컬 팬층의 충성도, 그리고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을 동시에 잡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인앤아웃이 미국 안에만 존재해서 특별해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성심당도 한국, 그리고 대전에만 있어서 더욱 특별한 명소가 되길 희망해본다. 조만간 시간이 될 때, 대전역을 지나며 튀김 소보로 빵이나 간만에 사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