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판매량 기준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추구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핸드폰 이외의, 스마트 워치, 태블릿 등 전반적인 전자제품 생태계로 따져보면 어떨까?
태블릿 시장을 예로 들자면, 작년 애플의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34.2%로, 18.3%의 삼성전자를 거의 더블스코어로 이기고 있다. 무선 이어폰 분야에서도 애플(25.6%)은 삼성전자(7.2%)를 3배 이상의 점유율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출하량에 집중한 삼성, 그리고 생태계 구성에 주력한 애플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스마트폰에선 톡톡한 효과를 누렸지만, 애플은 그 이상의 "애플 생태계"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확했다. 삼성은 서론에 언급한것처럼 2011년 이후 출하량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로 살펴보면 다르다.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은 삼성전자 대비 2017년엔 1.9배, 2021년엔 2.7배까지 벌어졌다. 애플은 꾸준히 삼성전자 대비 가격 프리미엄 정책을 고수해 왔고, 그 결과 삼성전자(평균 265달러) 대비 높은 아이폰의 가격(평균 825달러)로 매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애플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콧대 높은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강력한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한 팀 쿡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전임 스티브 잡스(Steve Jobs)에 화제성에선 확실히 밀리는 경영인이다. 잡스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애플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확립한 CEO였다. 하지만 팀 쿡은 다르다. 팀 쿡은 잡스가 만들어둔 애플만의 색깔을, 보다 확실하게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드는 재능이 탁월한 CEO다.
팀 쿡은 잡스가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애플의 iOS 운영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독보적인 애플 제품의 특성을 하나로 묶어내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안그래도 높은 충성도를 가진 애플의 유저들은, 아이폰, 그리고 하나의 애플 아이디로 모든게 컨트롤 가능한 맥북, 아이패드, 에어팟 등을 연달아 구매했다. 소비자들이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에 자진해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부품의 내재화, 내실부터 단단히 다진 애플의 팬데믹 기간
애플은 1년에 최대 4~5개정도의 신제품만 내놓는 회사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혹은 중국의 화웨이나 샤오미를 생각하면 굉장한 "소품종 대량생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삼성이 갤럭시의 저가형부터 고가형 모델까지 다양한 선택의 폭을 자랑하는 반면, 애플은 끽해야 용량 차이, 혹은 사이즈 차이 정도로 아이폰을 구분짓는다.
제품의 종류 뿐만 아니라, 부품도 상당히 단순화 되어있다.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 13 시리즈 4개 제품과, 올해 출시된 아이폰 SE는 자체개발한 A15 바이오닉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더 나아가 아이패드도 같은 칩셋을 활용한다. 단순화된 제품군, 그리고 자체 개발한 부품으로 애플은 외부 요인에 의한 부품수급의 어려움을 최소화 시켰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군만큼 여러 수급처에서 부품을 공수해오는것과는 새삼 다른 모습이다.
이런 동일 칩셋의 활용은 원가 절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애플은 동일한 칩셋을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하고 있기에, 제품별로 부품 생산을 조절할 필요 없이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애플이 최근 몇년간 꾸준한 영업이익과 좋은 실적을 낸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확장 가능한 애플의 생태계
애플은 지난 2021년 약 219억 달러, 한화 27조원을 R&D(연구기술) 부분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22조원 가량을 연구기술에 투자했지만, 이는 스마트폰 외 삼성의 가전, 반도체 투자를 포함한 금액이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흘러나온 루머처럼,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군에 애플이 자랑하는 칩셋을 비롯한 부품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사업의 제품 역시,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기반으로 컨트롤 가능할 확률이 높다. 애플의 생태계가 스마트 기기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워렌 버핏은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컨퍼런스를 통해 "자신이 아는 주식에 투자하는게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언급을 했다. 여기서 자신이 아는 주식이란 이야기는, 단순히 이름 들어본, 혹은 남이 추천해준 주식이 아닌 스스로 생각했을때 미래 가치에 대한 계산이 서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최근 애플의 시장 내에서의 압도적인 지위, 그리고 팀 쿡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등 정책을 보면, 버핏이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주식은 애플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버핏 역시 애플에 많은 돈을 투자한 주주이기도 하고.
변동성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요즘, 다시금 애플을 돌아보고 투자를 고려해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