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셰일가스 혁명은 국제사회 "에너지 파워"의 구조를 재편했다. 그간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추출이 어려웠던 셰일가스가, 수압파쇄법(프래킹 공법, Fracking)이라는 혁신적 기술 도입과 함께 대량 추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며, 세계 정세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우선 가까운 미래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석유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었다. 현재의 에너지 소비량을 고려해도, 인류가 200년 이상 사용 가능한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에너지원 "셰일가스"가 등장한건 산업군에게나, 국가들에게나 큰 화젯거리이자 이슈였다.
셰일가스가 도대체 무엇인가?
실제로 미국 내에선 수많은 셰일가스 기업들이 호황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국가 자체도 국제 사회에서 다시금 목소리를 높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미국은 셰일 혁명 전까지, 전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었다. 미국에 석유가 없는건 아니지만, 어마무시한 산업과 인구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중동을 통한 석유 수입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셰일가스라는 잭팟이 제대로 터지며, 미국은 2018년 단숨에 석유+셰일가스 매장량 1위 국가에 등극한다. 그리고 동시에, 오바마 정부는 40년간 유지해왔던 "원유수출금지"를 해제한다. 즉,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셰일가스를 상업화한 기술력과 풍부한 매장량으로 무장한 미국이 등장하며,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은 단숨에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에너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석유 생산량을 되려 늘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미국의 상황을 봐가며, 생산량을 늘리고 줄이며 본인들의 입지를 강화시켰던 중동국가들의 가장 큰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셰일 혁명 이전에 중동국가들은 미국과 같은 산업국가들을 "석유 생산량 감축"으로 압박했다. 생산량 감축으로 석유값이 오르면, 그만큼 중동 국가의 위상이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셰일가스가 등장한 이후, 미국은 여차하면 이쪽에 투자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헷징(Hedging)할 수 있게된 것이다.
미국이 강력한 에너지 패권 카드를 가지게 되며, 조급해진건 오히려 OPEC 국가들이었다. 이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고 꾸준히 증가시키며 미국을 견제하고자 했으며, 이는 한동안 저유가 시대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미국 내 셰일가스 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아직까진 생산에 비용이 비싼편이던 셰일가스를, 저유가 시대에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온 영향이 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저유가가 지속되며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의 순손실은 더욱 극심해졌다. 실제로 미국 셰일가스 산업계의 선구자적 기업인 체셔피크 에너지는 파산 전 한 분기에만 한화로 9조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기도했다.
러시아-우크리이나 전쟁으로 다시 상승하는 천연가스 가격
그런데 한풀 꺾인듯 했던 셰일가스계에 다시 한번 활황이 불고 있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대러 제재를 시작하며, 미국산 셰일가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의 유럽국가들은 수급하기 용이한 러시아 천연가스에 에너지 수급을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며, 안그래도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던 유럽국가들은 새로운 에너지 수급원을 찾아야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미국 셰일가스 가격, 수요 상승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까? 어느정도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받을 기업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셰일가스 붐이 한차례 꺼진 직후인지라, 천연가스 재고량이 1년 전보다 약 21%정도 감소한 상황이다. 그 말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생산량 증대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관련 주식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세아제강, 포스코 등 강관 기업 상승 가능성
실제로 미국에서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저온 취성의 성향을 띄는 천연가스 수송을 위해서는 STS 강관이 필수 자재로 꼽힌다. 그리고 국내 강관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STS 강관으로 상당히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주요 기업으로는 포스코, 세아제강 등이 꼽히는데, 특히 세아제강의 경우 강관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로 매출이 급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기대치 덕분인지, 세아제강의 주가는 지난 두달간 약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5일에는 최대 규모의 강관 수출 계약을 따냈다는 뉴스도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의 파이프라인 건설도 당분간 규모가 점점 확대되며 세아제강도 어느정도는 혜택을 볼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선반영되어 막상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세아제강은 오랜기간 업계에서 인정받은 기업이긴 하지만, 이런 갑작스런 관심에 주가가 부양된 경우에는 추후 호실적에도 주가가 되려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는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하는게 아닌, 본인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보고 현명한 판단을 통해 해야하는것이라 믿는다. 세아제강은 당분간 뜨거운 천연가스란 소재와 깊히 연관된 건 분명하지만, 무턱대고 들어가기엔 주가가 상당히 오른지라 자리를 보고 들어가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