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스,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 상승률 67% 기록
팬데믹 영향 속, 편한 신발 찾는 소비자 늘어난 영향...
지난해 12월, 신발 브랜드 HEYDUDE 인수 후 주가 급락
크록스(Crocs)는 2002년 "물에 안젖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패션 회사이다. 사실 이 제품의 디자인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록스를 " 패션회사"라고 부르는게 맞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특유의 못난 디자인덕에 패션보다는 생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분류하는게 맞을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뭐 여하튼, 크록스는 이 못생긴 슬리퍼(혹은 샌들)을 팔아서 2조 8천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영향 속에서 매출 성장률이 눈부셨는데, 이런 성장 속에는 온라인 매출 상승,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패션 브랜드로의 탈바꿈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2월부터 전반적인 소비재 시장의 가격 하락과 함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있는데, 작년 12월 190달러까지 상회했던 주가는 현재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크록스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거대한 가치를 가진 회사이다. 그렇다면, 이 크록스는 살만한 주식일까?
1. 못생긴 신발, 크록스의 탄생
2002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탄생한 크록스는 나름 신발계에서 혁신적인 존재였다. 2006년 시장에 등장한 탐스(Toms) 신발이 특유의 심플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면, 크록스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못생긴 디자인으로 인터넷 상에서 밈(Meme)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뭉특하고 무거워 보이는 신발에, 통풍을 위해 숭숭 뚫린 구멍, 당시엔 몇개 없던 색깔까지... 크록스는 탐스보다 디자인적으로 매우 임팩트가 없던 신발이었다. 게다가 탐스는 신발을 사면, 남미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한다는 아름다운 슬로건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난 지금, 탐스는 당시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채 허덕이고있고 크록스는 연매출 2조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 못생긴 크록스가 백조가 되기까지
만약 크록스를 신었는데도 여자친구가 데이트를 해준다면,
그녀는 널 진짜로 사랑하는거야
출시 된 후 크록스의 인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매출도 어느정도 잘 나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신발은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렸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크록스의 못난 디자인을 까는 컨텐츠가 엄청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하고, 방수 잘되는건 알겠는데 신기 너무 부끄러울 수준으로 못생겼다!"라며 까댔는데, 크록스는 좌저하지 않고 이들 모두가 인정한 장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크록스는 뛰노는 아이들이 신기 좋은 신발이라는 점, 그리고 오래 서있느라 통풍과 쿠션감이 좋은 신발이 필요한 직업군에게 신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크록스는 "의사, 간호사의 신발"이란 이미지가 크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못생긴 크록스가 백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2. 자리잡은 제품, 플러스 알파를 찾다.
처음엔 놀림거리였던 크록스는, 서서히 대중들에게 그 실용성과 편리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불편하던 쪼리(Flil Flops)를 대체하는 아이템이 되었고, 크록스도 제품의 색상을 매우 다양화 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춰나갔다. 그리고 이 신발의 운명을 바꾼, 지비츠(Jibbitz)가 등장한다.
지비츠는 크록스에 난 작은 구멍들에 끼울 수 있는 작은 악세사리 뱃지류를 말한다. 사실 지비츠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의 크록스에 재미삼아 단추나 악세사리를 끼우다가 창업한 브랜드였는데, 크록스는 이 브랜드의 가능성을 놓치지않았다.
2006년 10월, 크록스는 지비츠를 천만 달러, 한화 약 122억원에 인수했다. 당시엔 크록스가 거대한 자금을 투자했다라고 평가되었지만,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 생각하면 정말 헐값에 대박 아이템을 인수한게 되었다. 크록스는 디즈니, 마블 등 거대 기업들과도 꾸준히 콜라보를 하며, 현재 5000개가 넘는 지비츠 악세사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지비츠는 크록스가 "못생긴 신발" 타이틀을 떼는데 어마무시한 공을 세웠다. 쉽게 나만의 크록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통해, 그간 크록스가 못생겼다며 기피하던 젊은층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비츠가 상업화된 이후, 각종 SNS에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커스터마이즈 된 크록스를 인증하는 컨텐츠도 제법 많이 늘어났다. 어찌보면 최근 유행한 어글리 슈즈 카테고리는, 크록스가 먼저 선점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비츠가 대성공을 거둔 후, 크록스는 여세를 몰아 유명 스타들과 콜라보 작업을 시작한다. 맞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하는 "한정판 시리즈" 만들기에 크록스도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록스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같은 유명 팝스타부터,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콜라보의 폭을 넓혀간다. 그리고 이런 한정판 제품들은 실제로 리셀되기도 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 올해도 20% 이상의 매출성장 기대, 하지만 주가는?
크록스의 매출 성장성이 아직도 크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이들이 온라인 매출파이를 지속적으로 잘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완전히 종료되더라도, 온라인의 맛을 본 소비자들은 온전히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진 않을것으로 보인다. 나이키 등 온라인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브랜드들이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크록스 역시 팬데믹 기간동안 앞서 언급한 콜라보, 지비츠 등의 마케팅 컨텐츠를 통해 온라인 시장을 잘 형성해 두었다.
그리고 높은 마진율도 크록스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사실 단순한 디자인과 소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크록스는 약 30~35%의 영엽이익율을 가져가고있다. 룰루레몬, 나이키와 같은 대형 패션브랜드보단 살짝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회사의 규모나 아이템이 한정적인걸 고려하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는 숫자다.
HEYDUDE 인수, 악재일까 호재일까
긍정적인 매출전망에도 최근 크록스 주가가 급락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HEYDUDE"인수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크록스는 뜬금없이 "HEYDUDE"란 브랜드를 25억 달러, 한화 약 3조원에 인수했는데... HEYDUDE는 21년 기준 매출 약 7천억원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유럽에선 나름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라곤 하지만, 크록스 주주들에겐 다소 오버페이로 느껴지는 인수였던것 같다.
물론 실용성을 강조하는 크록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느정도 핏이 맞는 브랜드같긴하나, 크록스가 자랑하던 마진율을 기반으로 한 현금이 대부분 이 회사로 흘러가다보니 주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건 맞는듯 하다. 특히 크록스는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해왔던 회사인지라, 이런 막대한 현금투자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크록스가 현재의 저점을 극복하고 곧 반등할 수 있지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하고있다. 크록스는 진작에 대중들의 인식 그 이상으로 커져버린 회사다. 크록스를 대체할 수 있는 슬리퍼, 샌달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고, 어느순간 "크록스"라는 이름 자체가 고유명사화 되어버렸다.
특히, 꾸준한 영업이익율과 한정판 제품들의 리셀을 통해 일어날 자발적 "브랜딩 활동"은 크록스의 큰 자산이자 무기이다. 또한, 당장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HEYDUDE의 인수는 오히려 추후 더 넓은 폭의 제품군 운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 저점으로 보이던 70달러가, 내일은 고점이 되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력이 있는 회사이기에 계속 지켜볼 가치는 있을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