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작된 "배달의 민족" 신화, 7년새 매출 70배 증가
팬데믹 여파로 21년 매출 94% 신장,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3년째 적자
쿠팡이츠, 요기요와의 경쟁 심화... 배달비가 가장 큰 비중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신선한 슬로건과 함께 시장에 등장한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시점인 2013년 5월 즈음과 비교하면 매출이 70배 이상 성장했다. 말 그대로 어마무시한 속도다.

요기요, 쿠팡이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중인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물론 최근 쿠팡이츠가 급격히 치고 올라오긴 하지만, 여전히 배달의민족의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가 우버이츠를 비롯한 미국산 배달어플이 장악한 와중에, 배달의민족의 성공 신화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마케팅의 성지 배민,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하다
"네카라쿠배당토" (신흥 IT기업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일컫는 말) 중 한 축으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아왔다. 물론 평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배달의 민족을 지탱해줬다.
최근 다시 부활했던 배민 신춘문예를 비롯해서, 배달의민족은 젊은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이 단순 주문하는 어플이 아닌, 젊은층의 놀이문화가 될 수 있길 바랬다. 실제로 이들의 마케팅 슬로건들은 무언가 질문을 던지는 형태가 많다. 대표 슬로건인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비롯해, "배민 안써본 사람 찾습니다"와 같은 식의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문구들이 많다.
이러한 마케팅의 정점을 찍은건, 아무래도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 네이밍에서 파생된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치킨을 정말 사랑하는 배민 애용자들에겐 하나의 축제이자 자랑거리가 되었다. 언론에선 연이어 치믈리에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블로그엔 시험 후기들이 넘쳐났다.
이후에도 배민은 꾸준히 개발해온 글꼴 무료배포, 배민 굿즈 제작, 배민 신춘문예 등 주요 서비스인 배달 외 "배달의민족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 자체를 배달 서비스의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꾸준한 브랜드 마케팅,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렇게 꾸준히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켜온 배달의민족은, 매출 전환 포인트 하나를 맞이한다. 안그래도 꾸준히 성장세이던 배달 시장은, 외출이 제한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더욱 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배민을 통한 전체 주문액인 어플 내 거래액은, 작년 기준 한화 25조원 수준으로 최근 4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은 분명한 호재다. 특히 배민처럼 높은 점유율을 가진, 브랜드력이 높은 회사에겐 더더욱 절호의 찬스다. 이런 호재는 21년만 94% 이상 성장한 배민의 매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민은 여전히 적자다.
쿠팡이츠의 맹렬한 추격, 그리고 배민1
사실 2019년 쿠팡이츠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배민의 영업이익율은 나쁘지않았다. 2018년은 매출 3100억원 수준에 , 영업이익이 520억원정도였다. 대충 계산해도 16%정도 되는 높은 영업이익율이었다. 하지만 2019년, 쿠팡이츠가 시장에 나온 뒤 배민의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단건배달을 기조로 적극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배달원이 한번에 여러가지의 배달 주문을 받아 처리하곤 했다. 쿠팡이츠는 음식이 식고, 배달이 늦어지는데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정확히 캐치했다. 그리고 "일편단심 한집배달"이라는 키워드로, 이들을 공략했다.
배달비가 더 비싸지더라도, 빠르게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의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쿠팡이츠는, 금새 시장 점유율을 14%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2위 요기요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신한은행과 같은 타 업계에서도 "땡겨요"와 같은 배달 서비스를 통해 어플 사용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압도적 1위 배민이 긴장할 시간이 온 것이다.
젊은 기업 배민은 빠르게 대응했다. 금새 배민1이라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출시하고, 배달원과 직접계약을 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가 빠르게 성장한것처럼, 현재 배달의 민족 내 배민1의 매출 비중은 약 15% 이상인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 말도안되는 매출 상승에도,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인건비"이다.
21년 성적표, 매출 2조, 적자 756억원
배민은 2021년 어마무시한 성장을 보여줬지만, 약 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조 가까운 매출 중 5700억원이 배달원에게 지급되었다. 배달원 인건비만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것이다.
배민이 자랑하던 문화 중 하나이던 "배민신춘문예"는 2019년 이후 3년간 열리지 못했다. 물론 여러가지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배민이 쿠팡이츠와 사활을 건 경쟁을 시작한 시점과 묘하게 맞물린다. 그리고 이 소리없는 배달 전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블로그 여러 포스팅을 통해 언급했듯, 나는 "브랜딩의 힘"을 믿는 사람 중 하나다.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확고하게 쌓아올린 회사의 이미지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배민은 그리고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노하우와 실력을 지난 10년간 보여줬다. 하지만 쿠팡이츠와의 전쟁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쿠팡은 브랜딩보단,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공력할 줄 아는 "플레이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배민과 퍼포먼스의 쿠팡, 두 회사의 치열한 배달 경쟁의 끝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