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현지시각 10일 아이팟 공식 단종 발표
컴퓨터 전문 기업 이미지 탈피하게 해준 제품으로 평가
11일, 기술주 동반 하락에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ARAMCO)에 시총 1위 빼앗겨...
The iPod is not a new category. Music is not new. (...)
It's been around for thousands of years and will be around as long as human exists.
Steve Jobs, 2001
2001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은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중략)... 음악은 수천년동안 우리와 함께했고, 인류가 존재하는 이상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발표와 함께 아이팟(iPod)의 출시를 알렸다.
출시 초반에는 아이팟이 "나는 다른 기기를 선호한다(I Prefer Other Devices)의 약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고, CD 대비 특별할게 없는 음질때문에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00곡 가까이 음악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과 애플 특유의 감성을 담은 디자인 덕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지난 20년간 애플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잡스의 복귀작이자 애플 생태계의 시작점, 아이팟
아이팟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자, 지금의 애플 생태계를 만든 시작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애플을 떠났다가 2000년에 다시 CEO로 복귀한 잡스는, 1년 후 아이팟을 선보이며 시장에 새로움을 가져왔다. 그 후 아이팟 2, 3세대, 미니, 나노 등 출시된 제품들이 연달아 히트하며 잡스는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또한 아이팟은 지금의 애플 생태계를 만든 시작점이기도 하다. 아이팟을 시작으로 애플은 스마트폰인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내놓으며, 디자인 통일성과 호환성을 유지한 애플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기능이 갈수록 고도화되며 아이팟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긴 했지만, 이런 성장의 시작점이 아이팟이었던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2000년 초반을 대표한 상품, 이제는 역사 속으로
아이팟은 2000년 초반부터 2008년까지 어마무시한 상슥폭을 그리며 성장했다. 2006~2007년에는 애플 전체 매출의 40%가 아이팟에서 나올 정도였다. 스마트폰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한동안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이팟보단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아이팟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또한, 아이팟을 시작으로 다변화된 애플의 매출 포트폴리오 내 비중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애플의 회계자료에서, 아이팟은 2014년 이후부터 별도로 기록되지 않기 시작했다. 2013년 전체 매출의 1% 수준이었기에, 너무나도 거대해진 애플에게 있어선 미미한 매출원이 된 것이다.
아이팟을 보내고 시총 1위를 내주다?
애플의 역사를 보고있으면 무언가 스토리텔링하기가 참 좋다. 지난 5월 10일, 애플이 "현 재고 소진 후 아이팟 완전 단종"을 선언하고 난 다음날 애플은 오랜기간 유지해왔던 시총 1위 자리를 빼았겼다. 물론 아이팟 단종때문은 아니고,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크게 오르는 탓에 나스닥이 전반적으로 큰 하락을 맞이했고, 유가 상승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 덕에, 애플을 사랑하는 이들은 아이팟을 떠나보내는 감성(?)에 한껏 더 젖게 되었다. 아이팟의 단종은 애플의 성장성, 매출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것이다. 다만, 한동안 옛 감성에 젖은 이들이 중고거래 등을 통해 아이팟을 찾아다니지 않을까. 서랍 어딘가에 아이팟이 잠자고 있다면, 이참에 꺼내어 한번 중고거래 시세를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