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비트코인 전도사라고 불린다. 그는 비트코인이 일부 강대국에 치중된 힘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순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지난 몇년을 돌아보면, 비트코인은 확실히 세상을 변화시켰다. 껑충 뛰어오른 그 가치만으로도 변화의 크기가 가늠되지만, 더 깊숙히 들어가면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수많은 알트코인과 시스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만든 이로 알려진 사토시 나가모토가 예상한 미래와 비슷할지 궁금하지만, 뭐 여하튼, 비트코인이 만들어 놓은 시장 속에서 수많은 개발자와 사업가들이 새로운 가상화폐를 들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1) 금본위제와 닮은 테더
특히 워렌 버핏을 비롯한 보수적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코인들도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론 미국의 달러화와 페그1)한 스테이블 코인2)인 테더(Tether)가 있다. 테더는 거래소를 통해 예치된 금액만큼만 발행되는, 어찌보면 예전 달러화가 택했던 금본위제와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1) 페그(Peg System) : 특정 국가의 통화와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해두는 것
2)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 암호화폐와 특정 국가의 통화를 1대 1로 교환 가능한 코인
즉, 투자자가 1달러로 테더를 구매하면, 테더는 딱 그 1달러만큼만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전 세계에 100테더가 존재한다면, 테더의 발행사이자 운용사인 Tether Limited의 잔고에는 딱 100달러가 존재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17년 9월 미국에서 회계감사를 집행한 당시, 테더의 총 발행량과 달러 보유량은 어느정도 일치했다. 문제는, 그 후 2개월 동안 테더는 당시 보유량보다 약 5배 많은 19억 테더가 추가 발행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한건, 그 이후로 테더는 절대 자신들의 예금 보유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회계감사를 "달러의 권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견제"라고 표현하며, 필요한 경우 회계 법인을 통해 잔고가 충분하다는 증명서 정도만 발행받고 있다.
테더 이후 여러 국가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딱 봐도 알 수 있듯, "달러"라는 실물 화폐와 1대 1로 교환이 가능하다는건, 비트코인을 생소하게 느껴졌던 투자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개념이다. 반대로 말하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기만 하면, 어느정도의 사업성과 자금 확보는 분명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런 스테이블 코인 회사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법안들이 없다.
2) 국산 코인의 등장, 루나와 테라
그리고 드디어, 김치 프리미엄이란 고유명사도 존재하는 한국에도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했다. 지금 이미 많음 블로그에서 너도나도 포스팅 중인, 99% 하락의 전설을 써버린 테라(Terra)와 루나(Luna)가 그 주인공이다.
테라와 루나는 기존 스테이블 코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갔다. 코인 운용사 테라폼랩스는, 테더와 마찬가지로 달러와 1대 1 교환이 가능한 테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테라의 1달러 가치를 루나와 연결시켰다.
즉, 1테라는 1달러와 동일하게 교환되는 스테이블 코인이고, 1테라는 1달러 가치의 루나와 교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루나코인의 가격이 0.1달러라면 10 루나코인을 테라로 교환 가능한 형식이다. 테라폼랩스는 이런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통해, 달러=테라=루나의 균형적 가치 보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테라 가격이 0.5달러 수준으로 반토막이 날 경우, 투자자는 1달러 상당의 루나를 얻을 수 있으니 당연 거래소에서 테라를 루나로 변환한다. 반대로 테라가 1.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1달러 어치의 루나로 테라를 구매하면 0.5달러의 이득을 얻는다. 달러와 연동된 테라의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루나의 발행과 투자자의 통화 스왑을 통해 가격 밸런스가 맞춰질 수 있다는 논리다. 즉, 이런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폼랩스는 "예치금 없이 루나의 발행을 통한 스테이블 코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햇다.
대충 들으면 매우 그럴듯하다. 맞다. 이상적으로만 굴러가면 이 시스템은 영속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의 변심, 그리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루나의 가격이 급락할 경우, 이 모든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다. 특히, 테라를 소유한 사람들은 1 테라를 바로 달러로 바꾸지 못하고, 1 달러에 상응하는 루나로만 교환이 가능하다. 즉, 투자자들이 1달러를 테라로 바꾸고, 루나로 바꾸는 와중에도, 루나의 가격이 동반추락할 경우 끝 없는 나락을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했듯 "1테라 = 0.5 루나 = 1달러"라는 가치 교환이 성립되었다가도, 한시간 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할것없이 패닉셀을 시작하면 80루나, 100루나로도 1달러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제는 루나만이 아니라, 달러와 1대1로 교환되는 테라 코인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즉 루나의 시총이 테라의 시총보다 내려가는 순간, 우리가 수도 없이 목격했던 뱅크런, 즉 은행 부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다만 몇푼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운용사가 매도 물량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때 전세계 코인 시총 5위권에 들었던 루나코인의 매도금액을 현실적으로 감당하는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을 통해 예상되는 바로는, 최소 5조원의 자금을 구해야 일시적으로라도 루나 코인 매도 물량을 소화하고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깨진 신뢰는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안타까운건, 개인적으로 이 모든 시스템은 작년에 일반인들에게 큰 피해를 준 머지포인트와 너무 닮아있다는 점이다. 머지포인트가 선불결제를 하면, 더 많은 포인트를 준다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고 했던건 초기 자본금 없이 투자자(소비자)의 돈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루나코인의 앵커 프로토콜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안하면 나만 바보되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투자/소비를 하는 심리를 너무나도 정확히 자극했다. 거기다 루나코인은 "국산코인"이라는 국뽕 요소까지 더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루나 코인이 어떻게든 회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루나 투자자였음에도 이 블로그 포스팅의 내용을 처음 알았다면, 코인 투자는 당분간 멀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