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따라

엘리멘탈 :: 디즈니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정답은 픽사에 있었다.

아이라이대 2023. 7. 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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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않게 연달아 디즈니 관련 포스팅이 많아지고 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 3>부터 <인어공주>, 그리고 최근 개봉한 <엘리멘탈>까지 영화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와 디즈니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는듯 하다.

 

여하튼, 최근 디즈니에 실망감이 많아서 영화를 볼지말지 고민 중인 사람들에겐 "픽사는 역시 픽사다"라는 말과 함께 관람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자 성우, 피터 손의 스토리 <엘리멘탈>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엘리멘탈>이 불, 물, 흙, 바람 네가지 원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란건 알고 있을테니, 나는 이 스토리를 만든 감독 "피터 손(Peter Sohn)"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000년부터 픽사에서 일을 시작한 피터 손은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WALL-E> 등 굵직한 작품들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하나 특이하고 재밌는 점은, 픽사 동료 감독들이 영화 속 피터 손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상당히 다수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2009년 개봉한 영화 <업>의 "러셀". 통통한 동양아이를 표현한 "러셀" 캐릭터를 만들 때, 피터 손을 참고했다고 한다.

엘리멘탈의 감독 피터 손. 그는 영화 <업>의 러셀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업>의 러셀 외에도, 피터 손은 2007년 작품 <라따뚜이>의 토실한 쥐 "에밀", 그리고 2001년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퀴시"를 연기하기도 했다. 대체로 토실하고 수다쟁이 캐릭터들을 연기했는데, 이는 실제로 각 작품의 감독들이 피터 손의 성격과 외모를 참고해서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픽사 내에서 상당히 폭넓은(?) 업무 범위를 자랑하던 피터 손은, 2016년 영화 <굿 다이노>를 통해 드디어 감독으로 데뷔한다. 당시 디즈니 작품이 거의 나오기만하면 흥행하던 황금기였던지라, <굿 다이노> 역시 국내외에서 어느정도 괜찮은 성적을 기록한다. 하지만... 픽사 특유의 "얼어붙은 차가운 어른도 펑펑 울게 만드는" 무언가가 부족한 작품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약 7년이 지난 2023년, 피터 손은 <엘리멘탈>이란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디즈니와 픽사도 나름 푸쉬를 하는 작품인지,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채연씨와 함께 방한도 하며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했다. 흥행과 평가를 동시에 잡은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소울>과 같은 느낌과 감성의 예고편, 그리고 감독 특유의 활발하고 유쾌한 말솜씨는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지난 6월 14일, 드디어 <엘리멘탈>의 베일이 벗겨졌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만이 만들 수 있는 스토리

 

앞서 말했듯 <엘리멘탈>은 묘하게 지난 픽사의 성공작들을 떠오르게 한다.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티격태격 싸우다가 최고의 파트너가 된다는 점에선 <주토피아>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관람하고나면, <엘리멘탈>은 확실히 다른 픽사의 작품과는 다른 스토리와 감동을 주는 영화란걸 알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는 표면적으론 불, 물, 공기, 흙 네가지 원소가 화합해 사는 곳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소간의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주인공 "앰버"와 같은 불 원소들은 "파이어 타운"이라는 별도의 구역을 만들어 살아간다. 마치, 70~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들이 코리안 타운을 만든것처럼 말이다.

영화 보기를 적극 추천하는만큼 자세한 스토리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주인공 "앰버"와 그 가족들은 이민자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들을 세세하게 잘 담고 있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에 괴로워하던 앰버는, 자신과 정반대의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고 점점 "엘리멘트 시티"에 녹아든다. 마치, 이민자 2세, 3세들이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미국을 비롯한 새로운 땅에서 정착해나간것처럼 말이다.

디즈니가 나아가야할 "다양성"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지난 포스팅에서 다뤘듯, 디즈니는 요즘 과하게 "다양성"이란 토픽에 집착하고 있다. 다양성, 좋은 말이고 우리가 항상 생각해야 할 말이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급진적이고 강압적인 변화는 반발과 경계심을 만든다. 원작의 감성을 고려하지 않는 캐스팅, 혹은 스토리의 변화는 디즈니가 자랑하는 "스토리의 마법"만으로 메꾸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픽사는 특유의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다양성"이란 주제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후속작도 기대가 되는 <엘리멘탈>의 서로 다른 4가지 원소의 이야기부터, <주토피아>와 같은 작품을 통해 만들어낸 작은 동물들이 편견을 딛고 일어서는 스토리까지, 픽사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메세지를 던지고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준다.

디즈니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지만, 팬과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이 정한 메세지를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해석된 "다양성"이, 디즈니의 팬들의 추억과 감성까지 뒤집는 강제적 주입이 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올 초 <겨울왕국> <주토피아> <토이스토리> 등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후속작 제작을 공식화 했다. 픽사와 디즈니가 가진 따스한 감성,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전달하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메세지"들이 다시금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길 바란다. <엘리멘탈> 속 앰버와 웨이드가 반대를하나로 만들어낸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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