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할리데이비슨 :: 충성 고객을 브랜딩의 원천으로 삼다

아이라이대 2023. 8. 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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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밀워키 시내에는 오토바이 7,000대가 묵직한 고동감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미국 오토바이의 자존심인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의 120주년 맞이 이벤트 레이스가 열린것이다.

 

120년이란 긴 시간동안, 할리데이비슨은 위기도 있었지만 충성도 높은 팬층과 특유의 거대한 오토바이, 그리고 아이덴티티 강한 브랜딩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어찌보면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중 하나인 할리데이비슨이 어떻게 10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성장세를 이어왔는지 알아보자.

 

묵직한 배기음과 고동감, 팬층을 만들다

 

할리데이비슨은 크루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브랜드다. 최대 430kg에 달하는 묵직한 차체와 어마무시한 배기량을 자랑하는 엔진까지,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묵직함과 안정감은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이자 아이덴티티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하는 팬들은 오토바이가 주는 묵직한 진동과 배기음을 "고동감"이라고 지칭하며 사랑하곤 한다. 실제로 1910~20년, 할리데이비슨이 오토바이 시장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을 수 있던 이유 역시 이 고동감 덕이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1960년까지, 이 묵직한 고동감을 바탕으로 시장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일본 바이크에 휘청이는 할리데이비슨

하지만 여느 브랜드처럼, 위기가 찾아왔다. 혼다(HONDA)를 필두로한 가볍고 고장 안나는 일본산 바이크들이 미국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에 50% 이상의 불량율을 자랑(?)하던 할리데이비슨과 달리, 혼다의 바이크는 가볍고 고장이 거의 나지 않았다.

 

제품의 품질 외에도, 혼다는 할리데이비슨과 반대되는 이미지로 마케팅 전략을 잘 펴쳐나가기도 했다. 전쟁 직후 퇴역군인들이 단체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몰려다니고 소란을 벌이는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점에 주목해, "혼다는 멋진 사람들이 탑니다 (You meet the nicest person on Honda)"라는 슬로건과 함께 가족적 분위기를 강조한다.

점유율과 매출에서 크게 타격을 입은 할리데이비슨은 반격을 위해 소형 바이크 제작을 시작하고, 불량율 줄이기에 몰두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크게 앞서가기 시작한 혼다를 단기간에 따라잡긴 쉽지 않았다. 언론은 할리데이비슨을 "시대에 뒤쳐진 돼지들(Prehistoric Hog)"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당시 할리데이비슨 레이스팀의 마스코트가 새끼돼지(Hog)인걸 비꼰 것이었다. 이렇게 미국 제일의 바이크 회사가 일본 브랜드에 밀리는듯 했다.

Prehistoric Hog를 H.O.G.(Harley Owners Group)으로 만들다

 

할리데이비슨은 과감하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주목했다. 이들은 혼다가 강점이 있는 소형 바이크를 개발하는 대신, 할리데이비슨만이 가진 장점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기존의 제품들을 더욱 부각시키는 대신, 불량율 차트를 만들고 제품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더불어, "독수리는 홀로 비상한다 (The eagle Soars Alone)"이라는 슬로건 아래,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하는 팬들을 본격적으로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한때 조롱섞인 비판의 단어였던 "HOG"를 "할리데이비슨 오너스 클럽(Harley-Davidson Owners Group)"으로 재탄생 시킨다.

1983년부터 시작된 H.O.G.는 첫 해 3,000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13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 브랜드 팬클럽이 되었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들이 참가할 수 있는 랠리를 기획하고, 해당 랠리를 기념할 수 있는 고유한 기념품을 제작해서 배포했다.

 

할리데이비슨이 가진 제품만의 고동감과 묵직함, 그리고 장거리 투어에 적합한 점을 사랑하는 팬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마케팅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매 년 H.O.G. 회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팬들은 오토바이 외에도 할리데이비슨이 만드는 가죽 자켓을 비롯한 다양한 악세사리를 적극적으로 구매했다. 바이크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팬들이 부수적인 소비까지 하게 만드는 "할리데이비슨만의 소비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전기 바이크,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의 미래

 

할리데이비슨의 팬덤은 여전히 어마무시하다. 130만명의 회원수 외에도, 미국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이 가진 팬덤과 브랜딩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할리데이비슨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팬들의 평균 연령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만원 이상의 고가 바이크가 대부분이란 점, 그리고 특유의 고동감과 소음이 젊은층에겐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MZ세대에게 어필하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리데이비슨은 과감하게 "전기 바이크"를 위한 투자를 결정하고, 진행중에 있다. 실제로 2019년 첫 전기바이크인 라이브와이어 (LiveWire)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십년이 걸려도 모든 제품을 전기바이크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1960년대 혼다와의 경쟁시기처럼,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이 H.O.G.와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했듯, 전기자동차와 환경문제가 중요시 여겨지는 요즘의 과제도 영리하게 해결해 낼 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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