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넷플릭스 :: 데이터로 만들어가는 콘텐츠 왕국

아이라이대 2023. 8.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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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디즈니와 디즈니+에 대한 나름의 분석(?)글을 많이 올렸다. 이미 확고하게 시장에서 자리잡은 1인자 넷플릭스보단, 디즈니+가 시장을 좀 더 확장시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던건데... 음, 약 디즈니+ 출시 후 약 2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기대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것 같다.

 

여하튼, 각설하고 오늘은 간만에 OTT업계의 1인자 "넷플릭스"가 어떻게 시장의 흐름을 만들고 확장시키는지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넷플릭스는 영화사가 아닌 스트리밍 기업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HBO MAX... 현재 글로벌 OTT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넷플릭스는 확실히 차별화된 전략과 방향성을 가진 기업이다. 100년간 영화를 주력 사업으로 매출을 올려오던 디즈니나 워너와 달리,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를 스트리밍으로 끌어올린 기업이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어마무시한 수익을 가져오는 영화 산업군과 달리, 넷플릭스는 사업시작부터 소비자의 심리상태와 행동패턴을 분석해왔다. 그들은 B급 영화도 DVD 시장에선 먹힐 수 있다는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소비자의 DVD 대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고민해온 회사다.

넷플리스는 사업 초기 단계에 "온라인 DVD 대여점"으로 브랜딩을 펼쳤다. 당시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비롯한 미국의 DVD 렌탈샵은 대부분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수 천가지의 DVD를 직접 보고 원하는걸 찾아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 모든 과정을 집에서,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DVD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의 모든 과정 역시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DVD를 줄 때도, 반납할 때도 우편으로 가능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별도의 연체료도 받지 않았고, 월정액을 신청하면 무제한으로 DVD 대여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트리밍 이전 단계에서, 넷플릭스가 보유한 어마무시한 컨텐츠의 풀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차별화의 시작,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제 3의 물결

 

차별화된 DVD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각인된 넷플릭스는, 서비스 시작 약 10년 후인 2007년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우편 배송이 필요한 DVD 대여 서비스와 달리, 스트리밍은 지리적 제약이 없어서 확장성이 더욱 무궁무진했다. 출시 후 2년만에,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DVD 대여 서비스의 매출을 넘어선다.

 

그리고 뒤이어 미국에선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나며, 지상파, 케이블TV 등 전통 엔터테인먼트 가입자들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TV 업계의 제 3의 물결이라고 칭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들어낸 제 1의 물결, 그리고 케이블 방송사가 만든 제 2의 물결, 그리고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 3의 물결인 것이다.

데이터와 소비자의 행동심리 분석, 빈지워칭을 만들어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된 후,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파워와 저력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와 소비자 행동심리 분석"에 있다. 작품 하나의 흥망성쇠에 목을 매는 영화사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 내에서 소비자의 행동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움직이는지에 주목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주 시청층이 드라마 시리즈를 하나 완주하는데 보통 2~7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 평균적인 데이터를 보다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넷플릭스의 주된 이용자들이 빈지워칭(Binge Watching)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완결이 난 드라마 시리즈를 몰아서 보는 행동을 뜻하는 말인데, 넷플릭스는 이를 콘텐츠 운영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3년, 넷플릭스는 최초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간 방송계의 불문율과 다르게, 넷플릭스는 시리즈 전체를 한번에 내놓는 AAO(All At Once) 전략을 택한다. 시리즈를 몰아보는 경향이 강한 넷플릭스 주요 시청층의 행동 분석에 대한 데이터를 신뢰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엄청난 흥행을 거뒀고, 넷플릭스의 주가는 천청부지로 오르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절대적 시총 1위였던 디즈니까지 잠시간 넘어서는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빈지워칭 전략은 "넷플릭스 보고갈래?(Netfilx and Chill?)" 이란 사회적 밈(Meme)까지 만들어내며, 넷플릭스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당분간 OTT 시장이 넷플릭스 주도 하에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넷플릭스는 확실히 자신들만의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후발주자인 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는 이들의 전략을 따르지 않고 있다. 100년 된 회사들의 자존심과 자부심 때문일까?

 

한번에 모든 시리즈를 공개하며 빈지워칭 트렌드를 만들어낸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여전히 TV 시리즈 시절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시리즈 중 가장 성공했던 <카지노> 역시 첫 3개 에피소드만 선공개 후 매주 하나씩 공개하는 전략을 가져갔고, 곧 공개될 무빙 역시 비슷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디즈니가 보유한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와 예전만 못해도 여전히 파급력이 강한 영화 시장을 베이스로 한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OTT 시장에선 아무리 대단한 디즈니여도 아직은 초심자다. 1위의 전략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반영하여, 100년된 디즈니의 오래된 이미지를 새롭게 리프레쉬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봉 전 화제성을 어마무시하게 만들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마케팅은 디즈니의 전매특허다. 그리고 요즘 이들이 준비하는 OTT 시리즈를 보면, 아직도 이 영화 마케팅의 성공을 답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리즈가 한번에 몰아볼 수 있게 공개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론 OTT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길 바란다. 단순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라, OTT 업계에 참여한 공룡 기업들이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관점이다. 넷플릭스가 데이터와 소비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좋은 레퍼런스와 전략들이, 부디 후발주자들에게도 학습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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