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퇴고의 힘 :: 그 초고는 쓰레기다

아이라이대 2023. 7. 2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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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걸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는 나의 공상과 생각들을 기록해두는길 즐긴다. 글씨는 더럽게 못쓰는 편이지만, 다행히 시대를 잘 타고난 덕에 펜 대신 열 개의 손가락을 쉼없이 놀릴 수 있는 키보드 앞에서 내 순간들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씩은 생각의 흐름을 고스란히 남긴 블로그 속 내 생각들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3년 넘게 꾸준히 써온 내 흔적들을 하나의 기록이자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평균 200~250명정도를 왔다갔다하는,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고.

초고로 가득한 내 블로그, 깨달음을 준 책 "퇴고의 힘"

 

여느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서론을 깔고 시작한 이유는 최근 정독한 <퇴고의 힘>이란 책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편집자로도 활동중인 멧 벨(Matt Bell)이란 작가가 쓴 책인데, "그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강렬한 부제목으로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책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을 퇴고 없이, 그냥 물 흐르는대로 쓰고 마무리짓는 나에겐 꼭 필요한 메세지를 줄 수 있는 책이란 확신이 들기도 했었고.

약 1,000여개에 가까운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글을 두세번씩 퇴고하며 쓴 적은 없었다. 잠시 턱턱 막히는 순간은 있었지만, 말 그대로 나의 일기장이자 기록을 남기는 곳이었기에 퇴고보단 그 순간의 감정과 순간에 충실한 기록을 남겨왔던것 같다. 하지만 점점 글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왠지 그럴듯한 멋진 글을 쓰고싶단 생각이 점점 커졌다.

 

이러한 나의 심정을 읽기라도 한 듯, <퇴고의 힘>의 저자 멧 벨은 좋은 글과 시나리오를 쓰기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단계들을 제시한다.

1단계 : 형편없는 초고를 쓰라.

 

일개 블로거이지만, 가장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1단계 "형편없는 초고를 쓰라"라는 메세지 때문이었다. 약 3년간 블로그에 거의 매일같이 포스팅하면서 느낀건, 글은 쓸수록 힘이 붙는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문장 구성력은 온전히 내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 무언가를 써내려가는건 마치 운동처럼 글을 쓸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준다.

 

맷 벨 역시 같은 말을 한다. 그는 하루에 10개씩 아무 문장이나 써내려가고, 이런 행동들이 반복될 수록 글에 힘이 붙는다고 강조한다. 처음엔 형편없는 문장과 단편적인 이야기로 보이던 것들이, 점차 반복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문장력의 근육으로 힘이 붙는다는 논리다.

그리고 그는 매일 운동처럼 반복하는 글쓰기 외에도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는 이를 "세갈래 해법"이라고 명명했는데, 한 가지 문장에 대해 1) 상황이 좋아지는 경우 2)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 그리고 3) 상황이 이상해지는 경우에 대한 글을 쓰길 추천하는 것이다.

 

오늘 내가 이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것에 있어서도 아래와 같이 적용이 가능하다.

 

1) 이 포스팅이 갑자기 네이버 관리자의 평가를 받아 메인에 걸린다 (좋은 상황) 2) 갑자기 안달리던 악플이 달린다 (나쁜 상황), 그리고 3) 광고글로 분류되어 블로그 품질이 안좋아진다 (이상한 상황, 이 글은 광고가 아니다.)

이런식으로 생각의 물꼬를 형편없는 초고로 트고, 문장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글을 쓰고 창작해나가는 과정을 만들어가란 뜻이다. 뭔가 단순해보이지만, 반복된다면 정말 좋은 효과가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매일같이 가사를 쓰라는 미션을 소속사로부터 받았다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문장력과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것은 반복된 훈련과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을 통해 완성되는 듯.

2단계 : 퇴고, 출력하고 소리내 읽고 잠시간 방치하라

 

2단계로 멧 벨은 쓴 글을 출력해서 보고, 소리내서 읽고, 잠시간 방치하길 추천한다. 워드 작업이 활성화된 요즘, 직접 쓴 글을 출력해서 종이의 무게를 실감하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는건 새로운 느낌으로 자신의 글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소리내서 읽기 역시 마찬가지인데, 눈으로만 보던 글을 입으로 직접 읽어보면 또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는 뜻이다. 머릿속에선 자연스럽던 문장이, 막상 소리내 읽어보면 전혀 어색하고 흐름이 안맞아 보인다거나 한다는 것인데.. 이건 진짜 발표나 강연을 준비할때도 항상 느끼던 포인트라 깊히 공감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글을 잠시간 방치하라고 조언한다. 너무 글 하나에 목을 메다보면, 스스로 매몰되어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잠시간 쓰던 글을 접어두고 다른 활동을 하며 시선을 돌린 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금 글을 읽어보면 그간 놓쳤던 중요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고 작가는 조언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어마무시한 집중력과 필력도 중요하지만, 완성시키기위한 시간과 휴식도 중요하단 뜻이다.

3단계 : 그리고 덜어내라

 

마지막으로, 작가는 덜어낼 수 있는 미덕을 강조한다. 작가의 욕심이 가득 담긴 글은, 정작 독자들이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소화시키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책보다는, 담백하게 생각이 전달될 수 있는 글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모든 글에서 적용되는 내용은 아닐 수 있지만, 나처럼 일상과 무언가를 리뷰하는 블로거에겐 매우 중요한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리뷰 속에 과하게 사견이나 내 공상들이 녹아드는걸 개인적으로 경계하고 있기도 해서이기도 하지만, 뭔가 난 내 글이 담백하게 쑥- 읽힐 수 있길 바라기도 한다.

 

여하튼, 간만에 읽었던 책에 대한 리뷰 한번 또 쓱 써봤다. 이번에도 퇴고는 없이 바로 발행을 누르겠지만, 내 블로그 글들은 작가가 강조한 "초고를 통해 필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과정"이기때문에 괜찮다. 언젠가 이 천여개의 글을 내가 시간을 들여 발라내고, 덜어내며 하나의 시리즈로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블로그 포스팅을 마무리해본다. 아 월요일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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