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을 드디어 봤다. 작년 말부터 <아바타: 물의 길>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3> 등 흥행하는 작품은 항상 막바지에 보는듯 하다. 처음엔 우연인줄 알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은근히 있는 반골기질 때문에 작품이 항상 잘나가고 회자되는 순간보단 끝무렵에 여유있게 보는걸 선호하는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범죄도시 3>에 대한 표현을 한 줄로 하자면 "아는 맛이 더 무섭다"이다.
개봉 전은 "글쎄", 개봉 후는 "역시"
개봉 전, <범죄도시 3>에 대한 기대감은 반반이었다. 특유의 시원한 액션과 가볍게 즐기기 좋은 애드립이 꽉꽉 차있는 범죄도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이들 반, 그리고 너무 뻔한 구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이들 반이었다. 재밌는건, 빌런 주성철 역할을 맡은 이준혁이 너무 잘생겨서 몰입이 어려울것 같다는 평도 존재했다는 것. 뭐 여하튼, 그만큼 <범죄도시 3>의 성공에 대한 기대치는 반반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화력은 어마무시했다. 관객들은 뻔하지만 시원하고 개운한 "불닭볶음면" 같은 <범죄도시 3>에 열광했다. <인어공주>의 끝없는 논란, 생각보다 약했던 <분노의 질주 X>에 실망했던 관객들은 아는 맛이지만 개운하게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범죄도시 3>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뻔한 권선징악, 하지만 그렇기에 맘 놓고 볼 수 있다.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순간에 관람했기에, 이미 영화의 대략적인 플로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팝콘과 제로콜라를 홀짝이며 보는 <범죄도시 3>는 알고봐도 확실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매운걸 뻔히 알고, 다음날 속이 아플까 걱정하면서도 먹는 불닭볶음면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마동석이 분한 마석도 형사가 절대 죽지도, 다치지도 않을것이란걸 알고 있다. 그리고 빌런이 아무리 미쳐 날뛰더라도, 마석도의 주먹 한방에 잠잠해진다는것도 알고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 권선징악의 과정을, <범죄도시> 시리즈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마동석의 애드립으로 빈틈없이 채운다.
잘생겨서 문제? 오히려 신선했던 캐스팅
인트로에서 살짝 언급했듯, 이번 <범죄도시 3>는 빌런 주성철 역을 맡은 이준혁의 외모때문에도 살짝 논란이 있었다. 카리스마와 악역의 느낌이 풀풀 풍겨야하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악역인데, 너무 선한 미남형이라 미스캐스팅이란 것이었다.
맞다. 영화 속에서 주성철은 거친 장발과 다소 누렇게 보일정도로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나옴에도, 마동석이 "나같은 미남형 얼굴이다"라고 애드립을 칠 정도로 잘생겼다. 하지만 그가 다져온 연기 내공과 영화 속 캐릭터의 특성이 잘 맞물려서, 오히려 이 모든게 마치 의도된것처럼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하지만 너무 과한 매운맛은 배탈로 이어진다
확실히 <범죄도시 3>는 전작의 흥행을 충분히 이어 받을 수 있는 영화였다고 본다. 작품성과 스토리를 선호하는 일부 영화 팬들에겐 불호일 수 있지만, 영화를 가벼운 기분전환으로 생각하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확실하게 시원한 경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내가 제작진, 그리고 마동석이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 첫번째 시리즈의 기대이상의 성공에 이어, 두번째, 세번째 시리즈가 천만관객이라는 어마무시한 스코어를 거둔 부담감도 있겠지만, 점점 이 "시원한 매운 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더 큰 자극을 찾을것이란게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동휘와 김무열이란 쟁쟁한 배우가 빌런 역할로 준비하고 있지만, 더 시원하고 자극적인 맛을 기다릴 관객들을 다시금 극장으로 불러모으는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과제다. 지금까지 3편 이상의 시리즈를 만들어낸 모든 영화가 같은 고민을 마주했고, 이걸 넘어선 시리즈물만이 관객들의 기억속에 남았다.
개인적으론 <범죄도시> 시리즈가 엄청나게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 시리즈물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력이 없는 한국영화 중 4편이 성공하는 신화를 보고싶기도 하다. 마석도 형사, 그리고 마동석이 이동휘, 김무열과 함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범죄도시 4>를 통해 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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