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스 BOSE :: 기술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는 음향 전문회사

아이라이대 2023. 7. 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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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던 중학생 시절, 같은 반에 쉬는 시간이면 항상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닥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뭔가 비싸보이는 그 친구의 CD 플레이어와 헤드폰이 궁금했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헤드폰 한번 써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거짓말 같은 기술의 힘을 체험했다. 내가 보스(BOSE)의 노이즈 캔슬링을 처음 접했던 순간이었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의 세계를 맛보게 해준 후, 친구는 한참을 레드제플린과 딥퍼플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MP3가 CD를 앞지르는 시장에 대한 비판, 그리고 한참 뜨겁던 아이돌들의 음악 비평까지 이어나갔다.

 

아쉽게도 나는 친구의 음악적 지식을 받아줄 만큼 고관여자가 아니어서, 조심스레 보스의 헤드폰을 넘겨주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여하튼 중요한건, 보스(BOSE)의 헤드폰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노이즈 캔슬링을 처음 시작한 기업, 보스(BOSE)

 

보스(BOSE)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음향학을 가르치던 아마르 보스(Amar Bose) 박사가 1964년 설립한 회사다. 전기 전문가이자 음향기기 매니아였던 아마르 보스 박사는 "제대로 된 음향기기를 만들겠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해 나갔다.

 

그리고 보스의 기술력에 정점을 찍은게 바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다. 비행기 소음에 음악 감상이 어려운것에 대해 "창조적 불만"을 가졌던 보스 박사는, "소음을 다른 소리로 지우자"라는 컨셉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장장 12년, 그리고 5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한 결과, 보스는 세계 최초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완성하게 된다.

승승장구하던 음향업계 강자, 애플과 마주하다

 

음향 기술에 진심인 창업자의 진두지휘와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보스는 음향업계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한다. 하지만 여느 성공한 기업이 그러하듯, 보스 역시 위기를 마주한다. 이유는 1) 다각화된 사업구조 2) 애플 에어팟의 출시였다.

 

노이즈 캔슬링으로 가파른 매출 상승폭을 이어가던 보스는 보청기와 같은 음향 헬스테크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의 다각화를 꿈꾼다.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모였던 보스의 엔지니어들은, 어느순간 다른 기술 개발에 동원되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6년 애플의 에어팟이 등장했다.

에어팟 출시 후, 소비자들은 무선 이어폰이 주는 편리함에 빠져들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매출을 과신했던 보스는 크게 흔들렸다. 2019년 한화 약 5조원까지 기록했던 매출은, 2년 사이에 20% 이상 하락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본질로 돌아간 보스, 그리고 커스텀 튠

 

2020년, 보스는 엔지니어 출신의 라일라 스나이더 (Lila Snyder)를 CEO로 선임한다. 보스가 잘하는 음향이란 본질로의 회귀를 선언한 스나이더는, 다각화된 사업부를 정리하고 "더 나은 음향을 위한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는 보스의 무선 이어폰인 QC이어버드의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헤드폰을 끼고 사운드바와 연동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거나,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귀에 최적화된 음향 세팅을 제공하는 "커스텀 튠(Custom Tune)"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보스가 다시 "음향 전문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기술로 무장한 보스에 마케팅을 더하다

 

보스는 더 나아가, 경쟁사 애플이 잘하는 "고객과의 감성적 관계 맺기"도 시작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팀을 별도로 만들고, 매달 2천여개 이상의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음악"이란 존재와 보스 제품의 관계를 끊임없이 노출하며, 소비자와의 로맨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틱톡에는 보스 헤드폰을 착용하고 춤추는 영상, 인스타그램에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스토리, 그리고 유튜브에는 음악 다큐 등 각 플랫폼 별 큰 틀만 정해두고 보스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바이럴시켰다. 그리고 찰리 푸스, 키드 쿠디 등 유명 음악가들을 앰버서더로 임명해 더 큰 시너지를 만들기도 했다.

 

기술로 무장한 보스에, 감성 마케팅이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모든건 제품과 마케팅이다

 

에어팟이 선도하는 "무선 이어폰 전쟁" 속에서, 보스는 다시금 제품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을 통해 전열을 다듬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보스의 이러한 변화와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성은 제법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보스의 케이스를 간단히 정리하며, 회사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마케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의 근본을 만든 기술을 잊는 순간 마주할 수 있는 위기를 기억하고, 보다 본질을 꿰뚫는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마케팅을 기억하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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