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디즈니 :: 100년의 컨텐츠 제국은 왜 OTT에 집착하는가

아이라이대 2023. 6. 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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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인어공주>, 그리고 디즈니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3>가 마블 팬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자, <인어공주>가 얌전히 동심을 간직하던 오랜 디즈니 팬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흥행 스코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오갤>은 3부작 중 가장 뛰어난 스코어를 기록하며 서사를 마무리지었고, <인어공주>는 흥행보단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들의 성적표는, 뭔가 묘하게 디즈니의 현황과 닮아있다. 마블의 마지막 희망이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와 같이 전설적 CEO 밥 아이거가 컴백했고, 지난 1분기 디즈니는 기대 이상의 손익 성적표로 성난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한 분기가 더 지난 지금, 디즈니는 전 세계적인 정리해고와 수익 악화로 뒤숭숭하다. 마치 <인어공주>의 엄청난 화제성이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콘텐츠 왕국 디즈니, 그리고 OTT

 

지난해 디즈니로 복귀한 CEO 밥 아이거는 2009년 마블 스튜디오를 약 40억달러, 한화로 5조가 넘는 금액을 투자해서 인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밥 아이거의 이런 값비싼 투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디즈니는 <아이언맨> 시리즈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며, 5조원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우리들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광스런 여정을 마무리했고, 디즈니는 아이언맨과 친구들이 만들어낸 수익으로 "디즈니+"라는 신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 플러스 출범 후, "몇 년간 돈을 잃을 수 있지만, 수 십년간의 먹거리를 만들어냈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밥 아이거의 말이 맞는듯 했다. 디즈니+보다 10년 넘게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이 자그마한 대한민국에서도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로컬 OTT 서비스가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이 모든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콘텐츠를 찍어내고 구독자를 늘리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훌쩍 지났다. 디즈니+ 출시 후 회사를 떠났던 밥 아이거가 다시 돌아왔고, 표면적인 성적표는 나쁘지 않아보인다. 디즈니+는 자사 서비스인 ESPN과 훌루를 포함하면,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글로벌 유저를 보유한 OTT 서비스가 되었다. 하지만 디즈니의 주가는 넷플릭스와 달리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디즈니는 IT 기업이 아닌, "미디어 기업"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뉴스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숨어있는 유저들이 고스란히 광고에 노출 될 수 있다는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주가는 여전히 100불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어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달리, OTT 서비스로만 굴러가는 기업이 아니다. 아니, 좀 더 냉정히 말하면, 디즈니는 쿠팡 플레이를 운영중인 "쿠팡"과 결이 더 맞는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디즈니는 자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스타워즈, 마블 등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영화와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영화관에서 수익을 만들고, 디즈니만의 왕국인 "디즈니랜드"에서 완성된다. 코로나 이후 여행에 목말라있던 수 많은 관광객이, 디즈니랜드에서 꿈을 끊임없이 구매하고 소비하고 있다.

 

이처럼 디즈니는 OTT 이전에, 오프라인 테마파크와 극장 수익으로 충분히 거대한 회사다. 물론 엄청난 출혈을 감당하면서 넷플릭스와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이들의 본질은 "미디어 회사"라는 것이다. 디즈니의 창립자 월트 디즈니가 성우, 배우,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의 본질은 "애니메이터"였다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것은 쥐(미키 마우스)에서 시작되었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모든 것은 쥐(미키 마우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것을 강조한 월트 디즈니의 숨은 뜻을 잘 이해하고 있는 뛰어난 CEO다. 그는 "미키 마우스"로 대변되는 컨텐츠의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등 어마무시한 콘텐츠 기업들을 인수하고 수익을 만들었다.

 

이렇게 스마트하고 뛰어난 기업인인 밥 아이거가, 무리하게 OTT 사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디즈니에게도 구글과 애플, 그리고 넷플릭스처럼 "소비자의 정보와 행동패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잠시 말했듯, 디즈니는 디즈니랜드를 비롯해 수많은 굿즈와 상품들을 라이선싱해서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럭셔리한 유람선 여행이 가능한 디즈니 크루즈를 비롯한 여행 상품들도 존재한다. 미키 마우스로 시작된 이 100년된 기업은, 생각 이상으로 일상 생활에 다양하게 녹아있다.

 

그리고 이들은 디즈니+라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Direct to Consumer) 채널을 통해, 소비자가 어떻게 컨텐츠를 소비하고 행동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간 광고주의 입장으로 구글, 혹은 애플과 거래하던 시절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즈니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100년간 쌓아온 컨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건 그들의 모든 사업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찾기 위함이라고 보는게 맞다. 마치 쿠팡이 전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쿠팡플레이에 돈을 쏟고, 신한은행이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를 운영하는것처럼 말이다.

마치며..

 

밥 아이거가 복귀한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디즈니는 그동안 인력을 감축하고, 수익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수술을 거쳤다. 그리고 디즈니의 상징과 같은 <겨울왕국> <주토피아> <토이스토리>와 같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집중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아직까진 주식 시장은 디즈니의 이러한 수술에 응답하고 있진 않다. 아직까진, 지난 2년간 쌓여온 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이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탓이 크다. 그리고, 코로나로 잔뜩 움츠러든 디즈니랜드와 리조트 등 오프라인 산업의 영향도 있고.

 

하지만 조심스레 추측해보자면, 지난 100년간 쌓여온 디즈니의 유기적인 사업구조는 값비싼 디즈니+라는 기름칠을 통해 점점 IT기업스럽게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제법 높아보인다는거다. 물론 아직 디즈니 주식은 안샀지만, 이런 가능성이 밥 아이거 체계에서 점점.. 조금씩이라도 현실화되지 않을까 잠시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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