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크록스 :: 본질에 집중한 대표 못난이 신발

아이라이대 2023. 7. 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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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패션이 큰 화제가 되었다. 화제의 이유는 손을 덮는 오버핏 수트도, 강렬한 색상의 핑크색 비니도 아닌 비버의 통굽 검정 크록스였다. 평소 크록스 애호가로 알려져있던 비버는, 마침내 그래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도 크록스를 신으며 그의 무한한 애정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저스틴 비버가 공식 석상, 그것도 레드카펫에 크록스를 신은건 브랜드적 관점으로 제법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2002년, 오로지 "실용성"하나만 보고 만들어진 크록스는 지난 20년간 "못난이 신발"이라는 조롱과 함께 성장해왔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빅토리아 베컴은 "크록스를 신을 바에야 죽을 것"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했을 정도다. 그만큼, 크록스는 무언가 음지의 패션으로 여겨졌던게 사실이다.

못생겨도 괜찮아, 본질에 집중한 크록스

 

보통 이런 평가가 나오면, 브랜드들은 극단적인 변화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한다. 크록스 역시 마찬가지로, 하이힐이나 플랫슈즈를 만들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내 소비자가 원하는 크록스는 팬시한 디자인이나 화려함이 아니란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크록스는, 본래의 투박하고 못났지만 편안한 <클로그> 제품에 주력한다.

 

크록스는 <클로그> 제품을 보다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하고, 이를 꾸밀 수 있는 악세사리 제품인 지비츠의 종류를 다양화 시키는 전략을 택한다. 매출이 안나오는 다른 제품들은 과감히 단종시키고, 일각에서 크록스의 "못생김"을 놀리는걸 유쾌하게 대응하기 시작한다.

크록스를 이끄는 지비츠, 그리고 발렌시아가 콜라보

 

그리고 크록스의 이러한 "본질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적중했다. 개당 3,000 ~5,000원 꼴인 지비츠는 크록스 전체 매출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크록스의 2022년 연매출이 약 4조 7천억원에 육박하는걸 고려하면, 지비츠만으로 크록스는 약 4천억의 매출을 지비츠만으로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평소 크록스 매니아로 유명한 저스틴 비버,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 등 유명인들과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지어 콧대 높기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과의 콜라보까지 성사시킨다. 못생김으로 조롱받던 신발이, 왠만한 명품 못지 않은 인지도와 콜라보를 통해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성의 본질은 변화가 아닌 인정이다

 

본질에 집중한 크록스는 Z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신발 중 하나가 되었다. 2023년 기준, 크록스는 미국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각자 개성에 맞춰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다양한 색상과 지비츠, 그리고 그 속에 있는 편안한 신발 "크록스"가 있기 때문인듯 하다.

 

마케터들은 흔히 "변화"와 "혁신"이 성공의 키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튀는 아이디어, 혹은 신선한 발상만이 시장을 장악하고 새로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크록스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작은 성공을 거둔 못난 신발을 무리하게 변화시키기 보단, 제품이 가진 본질과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가장 공략하기 어렵다는 Z세대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고.

새로움에 집착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크록스의 성공을 다시금 돌아보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본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소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아, 나도 크록스 진짜 신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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