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설록 :: 꾸준함이 만들어낸 브랜드의 가치

아이라이대 2023. 7. 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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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와도 같다. 우리는 모두 꾸준히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정진하면 상상 이상의 결과가 따라온다는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머리로 알고 있어도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헬스장과 학원을 등록하고 한달만에 포기하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보면 꾸준함은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덕목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에서도 어렵지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대해야하는 마케팅에서 "꾸준함"은 더더욱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다. 모든 브랜드와 기업이 자신들의 가치를 꾸준하게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쟁과 매출 압박으로 금새 이 모든걸 내려놓곤 한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녹차 브랜드, 오설록만큼은 변함없는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전략적 변화는 있었지만, 확실한건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만들어놓은 오설록의 텃밭을 착실히 일궈가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회사의 창업주가 제주도 돌밭을 인수한 이유

 

모두가 알고 있듯,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회사다. 전쟁 직후의 우리나라에 메로디 크림, ABC포마드 등 뷰티 제품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지금은 이니스프리, 헤라, 설화수 등 해외에서도 어마무시한 성공을 거둔 브랜드를 거느린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이다.

 

재밌는건, 이렇게 뷰티 산업으로 대표되는 아모레퍼시픽이 무려 40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키워온 브랜드가 바로 프리미엄 티 브랜드인 <오설록>이라는 것이다.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이 1980년 제주도의 돌밭을 인수하고 녹차밭으로 가꾸기 시작한 이 후, 아모레퍼시픽은 무려 40년간 이 작은 브랜드를 애지중지 길러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서성환 선대회장도, 아모레퍼시픽의 녹차사업이 단숨에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건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녹차 밭을 일구기 시작한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커피 열풍에 휩싸여있었다. 80년대는 달달한 믹스커피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스타벅스를 필두로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호황을 누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 수십억을 투자해 5천만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장기적으론 밑진걸 복구할 수 있다"라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녹차를 중심으로한 차 산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비지니스였다.

지지부진하던 매출, 티 메이커로 해답을 찾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간 4조에 가까운 매출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그리고 이 중, 선대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오설록은 2021년까지 400억 ~ 700억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물론 이정도만해도 상당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020년대 초반까지 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피 시장이 엄청난 호황을 누린걸 생각하면, 오설록의 부진은 더욱 뼈 아팠다. 커피에 대응하기 위해, 오설록은 공격적으로 직영 매장의 숫자를 20개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오설록은 40년간 지켜온 제주도의 녹차 밭에서 해답을 찾았다. 오설록은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하는 "티 메이커(Tea Maker)"이다. 글로벌 티 브랜드인 TWG, 포트넘앤메이슨이 찻잎을 매입해서 블렌딩 후 판매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는걸 고려하면, 오설록의 "티 메이커" 포지션은 제법 유니크한 강점이었다.

 

오설록은 2001년부터 운영중인 제주도의 티 뮤지엄을 중심으로 과감한 개편을 단행한다. 직접 생산한 차로 제품을 만드는만큼, 좀 더 프리미엄한 느낌을 강화시켰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히기 위해 20개 이상까지 늘렸던 매장 수를 5개로 줄였다. 그리고 각 매장에 고유한 메뉴와 특성을 가미했다.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차가 아닌, 찾아가서 마시는 프리미엄 차로서의 포지션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과감한 변화, 그리고 성공

 

한강진역 인근에 운영중인 오설록 매장에선 녹차를 베이스로한 강렬한 맛의 칵테일을 판매한다. 이태원과 한남동을 탐방하는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힙한 컨텐츠를 차로 해석해낸 것이다. 반대로 현대미술관에 입점한 오설록 매장에선, 말차와 에스프레소를 결합한 샷을 판매한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러 온 소비자들에게 에스프레소바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설록은 매장수를 최소화시키면서 소비자의 경험은 최대화 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이 전략은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오설록은 2022년 8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순이익도 10% 이상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고 프리미엄화 시키면서, 되려 매출이 상승한 것이다.

대중의 취향 저격을 위한 노력, 그리고 벤치마킹

 

대한민국은 여전히 차보다는 커피를 선호하는 나라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 1인당 연간 1KG에 육박하는 차를 소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200g이 채 안되는 차를 소비한다. 그리고 오설록과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성장의 기회로 생각한다.

 

오설록은 제주도에서 생산된 녹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녹차의 쌉쌀한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를 겨냥해, 감성넘치는 네이밍과 함께 블렌디드 티를 만든다. 그리고 말차가루와 크림을 활용한 디저트 메뉴를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서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오설록은 "차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나가고 있다.

마치며...

 

오설록은 개인적인 인연도 있고, 여러모로 잘 되길 바라는 응원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오설록이 40년 이상 뚝심있게 유지해온 제주도와 녹차에 대한 철학에 대해선 정말 리스펙하고 있기도 하고.

 

크진 않지만 잔잔하게 변화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오설록의 행보가, 요즘 녹록치 않은 아모레의 상황에 새로운 +@가 될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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