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철 지난 리뷰처럼 보이지만, 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에 대해 리뷰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동양계 미국인, 특히 한국계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 대신,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경 설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이미 너무 좋은 리뷰와 작품 해석 글들이 많으니, 나는 "BEEF가 표현한 한국계 미국인"의 모습들을 한번 정리해서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기울어가는 집안, 그리고 대니 조
<성난 사람들>, 영어 원제 <BEEF>는 주인공 대니 조(스티븐 연)과 에이미 라우(앨리 웡)의 사소한 다툼에서부터 시작한다. 미국이란 거대한 사회에선 둘 다 동양인일 뿐이지만, 사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장배경과 목표를 가진 개개인이다. 그리고, 미국에는 비슷한 성장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제법 많다.
먼저 대니는 미국 한인사회에서 정말 많은 성장배경에서 살아왔다. 믿었던 친척에게 사기를 당한 부모님, 그리고 크게 한탕하려는 형과 동생, 그리고 딱히 특출난것 없이 "성실함"만이 무기인 자신... 되는게 하나도 없는것처럼 느껴져져서, 얼굴엔 미국인들 특유의 만들어진 웃음이 아닌 그늘이 가득한 캐릭터다.
많은걸 얻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하는 에이미
이런 대니와 극 초반부터 추격전을 벌이는 에이미 역시 동양인 사회에서 자주 보이는 캐릭터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부자 남편과의 결혼까지 성공한 에이미지만, 그녀는 항상 "상류층" 진입에 목말라 있다.
벤츠를 몰고 거대한 저택에 예쁜 딸까지 있지만, 그녀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에 시달린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자신이 일궈온 갤러리를 얼른 매각하고, 가정에 충실한 삶을 사는것 하나 뿐이다. 마치 백인 상류층이 다른 인종의 가정부와 정원사를 두고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내는것처럼 말이다.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한인사회의 단면
매우 다른 성장과정을 가졌지만, 대니와 에이미는 "분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니는 안풀리는 본인의 인생에 항상 화가 나있고, 에이미는 회사매각이란 미션을 해결하지 못해 열이 받아있다. 이들은 영어 원제 <BEEF>의 뜻인 "갈등, 불화"를 서로간 표출하고, 극은 전개되기 시작한다.
미국에 살며 한인사회를 나름 다방면(?)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대니의 부모님처럼, 누군가를 믿고 미국에 왔다가 사기를 당해 가세가 크게 기운 경우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미국에 있던 2000년대 초중반엔 마치 다단계처럼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이민오도록 설득하고 사기를 치는 경우들이 정말 많았다.
문제는 이렇게 이민을 온 대부분은 "자식 교육" 하나만 바라보고 미국으로 왔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밑천은 믿는사람에게 다 뺏긴 상태로 고된 일을 하며 아들 딸을 학교에 보내거나, 대니의 부모님처럼 한국으로 돌아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정착과정에 사기가 없었다면, 에이미의 삶과 비슷한 모습도 많이 보인다. 부유하진 못해도 무난하게 교육과정을 마치고 잘 성장하지만, 사회에 나선 후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벽과 한계를 느낀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류사회가 속하는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갈망한다. 영어와 미국문화에는 누구보다 익숙하지만, 불안함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쟁취하고자 한다.
모든 한인들이 이 두가지의 성장과정만 겪는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고싶은건, 대니와 에이미의 캐릭터가 그만큼 현실고증이 엄청 잘 되어있다는 뜻이다. 주인공 둘 이외에도, 조연급 역시 한인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작, 폴,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사람이 될 수 없는 이들
대니와 달리, 친동생 폴과 사촌형 아이작은 상당히 대조되는 캐릭터를 보인다. 폴은 돈이 생기면 가상화폐에 전부 꼬라박는(?) 극단적 단순함을 보이고, 틈만나면 몸을 키우려 운동을 해댄다. 그리고 대니와 달리 한국말을 전혀 하지 않는 폴은, 마치 미국 드라마의 철 없는 백인 고등학생과 같은 행동들을 반복한다.
사촌형 폴은 상당히 거친 삶을 살아간다. 감옥에도 다녀오고, 불법적인 일을 업으로 삼는 그는 여느 이민자 사회에나 존재하는 "갱"의 삶을 잘 나타낸다. 그리고 가장 자신의 분노와 감정을 단 한번도 숨기지 않고 표출하는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재밌는건 대니는 한국말도 하고 카카오톡으로 부모님과 대화하는 모습도 나오지만, 아이작과 폴에겐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비록 상류층은 아닐지라도, 이들은 대니와 달리 미국 사회 한 부분에 완전히 녹아든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교회, 이 글을 쓴 이유
그리고 BEEF에는 캘리포니아 부촌인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에 있는 한인교회에 대한 묘사도 나온다. 그리고 이 한인교회에 대한 묘사가,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완벽하다.
세상 완벽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찬양팀의 리더, 그리고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펼쳐지는 친목도모의 농구게임까지.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다녀봤다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장면과 분위기 연출이 정말 돋보인다.
블로그 포스팅에 스포는 절대 안하기로 마음먹어서 디테일한 내용은 못쓰지만, <성난 사람들>은 정말 볼만한 넷플릭스 시리즈다. 한인사회에 대한 완벽한 고증도 고증이지만, 동양인을 단순한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 표현해낸 드라마란 점으로도 의미가 제법 크지 않나 싶다.
여하튼, 한인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게 볼만한 수작이다. 급 마무리로 리뷰 끝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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