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Lay's :: 최고의 감자칩이 최고의 마케팅을 만들 수 있는 이유

아이라이대 2023. 8. 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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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cha can't eat just one! (한 개만 먹긴 어려울걸?)

 

국내에선 포카칩의 위엄에 눌려 다소 인지도가 약한 편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국가에선 감자칩하면 바로 "레이즈(Lay's)를 떠올리곤 한다. 올 해로 85주년을 맞이한 레이즈 감자칩은, 매 년 전 세계에서 13억 6천여 봉지가 팔릴정도로 어마무시한 인기를 자랑한다. 국내 1위 포카칩의 누적 판매량이 약 20억봉지인걸 감안하면, 실로 어마무시한 수치다. 포카칩의 30여년간 누적 판매량을, 레이즈는 1.5년에 한번씩 달성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90년 가까운 세월동안 레이즈 감자칩이 이런 어마무시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무려 290여개의 맛을 출시할 정도로 감자칩 그 자체에 진심인 까닭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레이즈가 업계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최고이자 최초"가 되기 위한 다채로운 도전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즈가 1960년대에 광고문구로 활용한 "한 개만 먹긴 어려울걸? (Betcha can't eat just one)"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캐치프레이즈로 자주 인용된다. 레이즈는 그만큼, 고객이 제품을 인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캐치해온 브랜드다.

 

레이즈는 "감자칩"이라는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며, 새로운 맛과 참신한 마케팅 전략을 더해 즐거움과 새로움을 만들어왔다. 이들의 참신한 마케팅 전략 중 가장 대표적인건, "우리의 맛을 부탁해 (Do us a flavor)" 캠페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맛을 부탁해 (Do us a flavor)

 

출시 후 수 많은 새로운 맛을 개발해온 레이즈는, "맛" 자체를 바이럴 마케팅의 소재로 삼았다. 2012년, 레이즈는 "우리의 맛을 부탁해"라는 키 메세지를 담은 캠페인을 진행한다. 영어로 부탁을 들어줘를 뜻하는 "Do us a favor"를 맛을 뜻하는 Flavor로 바꾼 말장난으로, 말 그대로 소비자에게 "맛을 부탁해"라는 메세지를 던진 것이다.

 

캠페인은 단순했다. 레이즈의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은 140자 내외로 새로 만들고 싶은 맛을 설명하기만 하면 되었다.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레이즈는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 혹은 출시된 제품의 연간 순 매출의 1%를 주겠다고 제시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캠페인이 진행된 10개월간 380만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왔다. 언론 역시 100만 달러의 상금을 누가 차지하게 될 지 촉각을 곤두세웠기에, 레이즈가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미디어 노출과 바이럴도 어마무시하게 늘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신제품까지 출시할 수 있는 똑똑한 마케팅 캠페인의 결과였다.

 

레이즈는 2012년 이후 6년간 "우리의 맛을 부탁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자신들의 소셜 미디어 어카운트 팔로워 수를 어마무시하게 늘리기도 했다. 팬들의 실질적 참여가 일어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공간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고, 레이즈는 이를 통해 이 후에 발생될 다양한 캠페인의 든든한 기반을 얻은 셈이기도 하다.

맛에서 멈추지 않는 레이즈, 미소를 공략하다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으로 큰 재미를 본 레이즈는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참신함을 자신들의 제품에 녹여냈다. 2015년, 태국 법인이 레이즈 제품 상단에 웃는 얼굴을 그려낸것을, 2019년부터 글로벌 모든 제품에 확산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즈는 제품 상단에 32가지의 웃는 얼굴의 하단을 넣고, 틱톡에서 웃는 모습을 인증하도록 유도한다. 이 역시도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단 4일만에 50억 건이 넘는 소비자의 참여가 발생했다. 어렵지 않고 재밌는 캠페인 덕에 레이즈는 당시 떠오르던 신생 플랫폼 틱톡에서도 어마무시한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레이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인종의 얼굴과 미소를 담은 제품을 출시하고 챌린지를 확산시켰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며 이 챌린지는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단순 먹는 제품이 아닌, 레이즈가 그 자체의 브랜딩을 더 넓은 의미로 키워나간 중요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 캠페인이 크게 성공하며 레이즈는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합산 2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기도 했다. 명품이나 패션 브랜드가 아닌, 과자 브랜드가 이정도의 온라인 플랫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건 상당히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다.

발렌시아가 신제품로도 등장한 감자칩 봉지
 

레이즈가 만들어온 참신한 마케팅은 결국 패션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발렌시아가에서 신상품으로 레이즈 감자칩 모양을 닮은 가방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허상이 많은 명품업계에 메세지를 던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감자칩 모양에 200만원을 쓰는건 말도 안된다- 등 여러 반응이 있었지만... 나는 패션 고관여자는 아니기에 사실 정확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레이즈가 그만큼 자신들의 업계인 감자칩 시장 외적으로도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이다. 탄산음료에선 코카콜라가 그 특유의 로고와 청량감으로 패션, 리빙 등 다양한 업계와 콜라보를 이어가듯, 레이즈 역시 제품력과 브랜드 마케팅 파워를 기반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그들이 넘어야 할 새로운 과제는 역시 "음식"

 

이렇게 어마무시한 참신함과 마케팅력(?)을 자랑하는 레이즈이지만, 이들 역시 고민은 있다. 바로 "감자칩이 음식으로 여겨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감자칩으로서의 영향력이 커져도, 자신의 건강과 사회적 움직임을 고려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레이즈에겐 숙제이자 고민거리일 것이다. 식사보단 간식, 그리고 건강보단 고칼로리 제품으로 여겨지는 감자칩이 MZ들에겐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샌드위치에 넣어먹을 수 있는 기다란 감자칩을 내놓는다거나 인도의 쓰레기 소각 문제 해결에 적극 관여하는 등, 의미있는 ESR과 인식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진 그들이 만들어온 수 많은 바이럴 대비 크게 부각되고 있진 않지만, 언젠간 그 특유의 참신함을 이 분야에서도 다시금 발휘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 주말엔 감자칩 한통에 시원한 맥주나 한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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