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따라

바비 Barbie :: 영화로 만들어낸 새로운 브랜딩

아이라이대 2023. 8. 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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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미를 다양성으로, 바비의 변화

국내에선 관객 스코어가 썩 좋지 못했지만, 전 세계는 지금 영화 <바비>에 열광하고 있다.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에 대한 다소간의 호불호는 있지만, 확실한건 지금 틱톡을 비롯한 주요 플랫폼에선 바비와 같은 핑크 계열의 옷을 입는 #바비코어 해시태그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건 업로드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화 <바비>는 60년이 넘은 인형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문화계를 뒤엎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바비이지만, 사실 바비의 모회사인 마텔(Mattel Inc)는 10년 전 매출 하락과 함께 각계각층의 공격을 받았었다. "소녀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슬로건으로 바비 브랜드를 마케팅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만드는 인형은 모두 금발에 늘씬한 몸매, 그리고 새하얀 피부로 미의 기준을 획일화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2013년부터 약 5년간, 바비의 매출은 한화 기준 약 3조원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마텔은 50년 넘게 이어온 바비 브랜드를 전면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바비 인형이 가지고 있던 획일화된 미를 과감히 버리고, 170개 이상의 다양한 미(美)를 인형에 담기 시작했다. 바비의 체형, 인종, 머리색은 다양해졌고, 최근엔 백반증이나 다운증후군을 가진 바비도 인형으로 탄생되기도 했다. 항상 같은 이미지이던 바비의 세계가, 다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인형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바비의 IP화 전략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2018년, 마텔은 이렇게 다양한 바비들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영화로 시각화 시키기로 결정한다. 영화 <바비> 탄생의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영화의 메세지를 위한 5년간의 고뇌

 

<바비>를 영화화는 결정되었지만, 메텔은 오랜 시간 주연배우와 영화의 메세지를 두고 고민한다. 처음엔 앤 해서웨이가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자칫 다시금 획일화된 미를 전달하는것으로 오인 받을 수 있어 무산된다. 수 많은 미팅과 고민이 지속되던 중, 메텔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마고 로비를 만난다.

 

사실, 마고 로비 역시 앤 해서웨이 못지 않게 고전의 바비 인형과 닮은 배우이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거기에 파란 눈까지. 메텔이 우려한 "획일화된 미"에 근접한 배우였다. 하지만 그녀는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이었기에, 영화 <바비>가 전달해야하는 메세지를 인지하고 메텔과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그들은 <레이디버드>와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그레타 거윅 감독을 찾아낸다.

그레타 거윅과 마고 로비, 그리고 메텔과 워너 브라더스는 각각의 위치에서 영화의 마케팅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다. 영화는 바비가 가진 본연의 핑크색 완연하게 녹여냈고, 티저 영상은 원색의 색감과 함께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할 메세지로 가득찼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주연인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무엇을 하는 영화일지, 소비자들은 포스터와 티저로 추측하며 기대감을 키워갔다.

 

<바비> 마케팅 팀은 이러한 전략을 "빵부스러기 전략"이라고 칭했다. <바비>라는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영화의 내용이나 메세지에 대한 힌트는 최소화 했다.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작은 빵 부스러기들이 두 남매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든것처럼, 소비자가 결국 영화를 볼 수 밖에 없는 작고 유혹적인 단서들을 흩뿌려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바펜하이머, 극과 극의 영화가 만들어낸 시너지

 

빵부스러기 전략 외에, 의외의 콜라보 효과도 있었다. <바비>와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의 시너지가 바로 그것인데, 소비자들은 너무나도 극과 극인 두 영화 포스터의 톤앤매너를 오히려 밈으로 승화시키며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줄리어스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오펜하이머>는 주제가 주제인만큼 상당히 무겁고 침침한 분위기의 티저와 포스터를 내놓았다. 반대로 핑크색이 가득하고 환하게 웃는 마고 로비의 얼굴이 꽉 찬 바비의 포스터는 너무나도 상반된 분위기였다. 팬들은 이 상반된 두 영화의 캐릭터를 가지고 자유롭게 2차 창작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2차 창작물 형성의 트렌드는 "바벤하이머"라는 신조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바벤하이머" 밈이 형성된 후, 실제 두 영화의 관객수는 드라마틱하게 올라가기도 했다. 마케팅 팀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만약 영화 <바비>가 팬들에게 확실히 인지되지 못했다면 이러한 자연스러운 바이럴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 <바비> 마케팅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원색의 마케팅은 여러모로 효율적인 성공을 만들어 냈다.

 

메텔의 <바비>는 이제 시작이다.

 

영화 <바비>의 성공으로 장난감 회사 메텔은 이제 IP를 보유한 콘텐츠 회사가 되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함에 따라, 획일화된 미를 전달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던 바비는 확실히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재창조 되었다.

 

하지만 60년 넘게 바비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는 여전히 소비자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커다란 성공이 있었지만, 바비의 다음 스텝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세상을 핑크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바비 인형의 전성기가, 단 한번의 성공이 아닌 궁극적인 브랜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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