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시작, 그리고 옥외 광고
네이버, 구글, 인스타그램, 틱톡... 이들은 모두 IT 기업이란 점 외에도, 수치를 기반으로 효율 계산이 가능한 광고상품을 파는 "광고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하루 수십,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자신들의 플랫폼 속 공간을 광고 상품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광고에 노출되고, 궁극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까지 이어지는지를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추적한다.
"디지털 광고"라고 불리는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이 발전하며, 광고시장은 데이터 중심으로 급격히 진화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광고소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효율이 안좋은 소재는 단칼에 쳐낼 수 있는 결단력을 가진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OOH라고 부르던 옥외광고 시장의 성장이 급격히 더뎌졌다. "시청률"이라는 수치가 존재하는 TV와 달리, 옥외광고는 그 구역을 지나는 유동인구에 대한 추정치만 있을 뿐 광고의 효율을 디테일하게 수치화 시키기 쉽지 않았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강남역 사거리의 전광판 옥외광고는 어마무시한 광고 단가를 자랑하지만, 아무도 그 옥외광고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는지는 수치로 증명할 수 없다. 그냥 단순히, 강남역을 지나는 수 십만명의 사람 중 적어도 몇 퍼센트는 광고를 봤을거란 추측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데이터가 증명하는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너무 넓은 타겟보단 나노타겟팅이 중요한 시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역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높은 지역의 광고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자랑한다. 대기업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주요 골목의 옥외광고를 장악한다. 어느정도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에겐, 물량공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무의식을 장악하는 마케팅은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들에겐 이보다 더 세밀한 타겟 마케팅이 더 필요하다.
오늘 소개할 "포커스미디어"는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가장 잘 공략한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이 아닐까 싶다. 2005년 중국에서 시작된 포커스미디어는 불특정 다수를 타겟팅으로 하는 옥외광고의 맹점을 공략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매일 1분 이상 머무르는 "엘리베이터"를 광고의 공간으로 생각했다.
최근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주 보이는 층간소음 방지 "뭄뭄 실내화"부터 포커스미디어의 대표 광고주인 "마켓 컬리"까지. 포커스미디어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과 광고를 중점적으로 노출하며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큰 효율을 만들어 냈다.
아무 말 없이, 무언가 집중할 순간이 필요한 엘리베이터 속 1~2분의 찰나의 순간동안 적당한 음량으로 길죽한 화면에 노출되는 광고들은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에겐 제법 재밌는 볼거리였다. 특히 광고가 안나올땐 날씨나 주요 뉴스들을 전달하며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도 했다.
자체제작 컨텐츠부터 지역상생까지, 그들이 나아가는 미래
각 지역별 특색, 그리고 건물 입주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광고를 활용한 포커스미디어는 쌓여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마무시한 성장 곡선을 만들었다. 2017년 37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2년 734억원까지 급상승 했다. 타겟이 불분명하던 옥외광고를, 명확한 타겟을 가진 광고매체로 탈바꿈 시킨 덕이었다.
최근 거의 9만대에 육박하는 엘리베이터 광고 스크린을 확보한 포커스미디어는, 본격적으로 자체제작 광고와 컨텐츠 시장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간 뉴스가 섞인 광고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본격적으로 광고판을 넘어 소비자와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포커스미디어는 지난 2022년 수내동 근처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돗자리 축제를 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지역기반으로 어마무시한 성장을 거뒀듯, 포커스미디어 역시 지역상생 전략을 통해 단순 광고판이 아닌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광고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장해온것과, 소비자의 생활과 연계된 플랫폼으로 거듭나는건 확실히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포커스미디어는 확실히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광고 플랫폼이 되어가는 느낌이 있긴 하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한국의 옥외광고 시장이, 포커스미디어의 등장으로 다시금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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