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다이파이동(大牌檔)이란 문화가 있다.
노상에 자리를 펴고 포장마차처럼 장사하는 식당을 일컫는 말인데,
정부규제와 위생상의 문제로 진짜 노상에서 영업하는 다이파이동은 거의 없고
요즘은 식당 내부를 다이파이동처럼 꾸며두고
야장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을 포괄적으로 다이파이동이라고 부르곤 한다.

Sham Shui Po Building, 1A-1C Shek Kip Mei St, Sham Shui Po, 홍콩
오늘 소개할 애문생 역시 다이파이동의 느낌이 나는 오래된 야장이다.
골목 한 켠에서 장사하던 식당이었다는데,
입소문이 나고 확장되면서 이젠 거의 한 골목면이 다 애문생이 되었다고.
우리나라에선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홍콩 편에 등장해서 유명해졌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한 장면-
백종원이 정말 극찬하며 맛있게 먹었던 곳이라, 우리도 한번 가봤음-

낮에는 힙한 카페, 소품샵이 주로 있고, 밤에는 야외에서 가볍게 한잔 걸치기 좋은
이국적인 펍이나 골동품 샵들이 눈에 들어온다.
애문생 가는 길에 장국영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길래 한 컷-
홍콩 사람들은 장국영에 대한 향수가 확실히 있는것 같다.


조금 걷다보니 애문생이 보인다.
사랑 애, 글월 문, 인생 생. 무슨 뜻이 있는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냥 가족의 성을 따서 애문생이 되었다는 다소 허무한(?) 결말을 봄.
가게 벽면에는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포스터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유명한 식당이란걸 다채롭게 자랑해뒀다.


11시 즈음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제법 많았다.
홍콩의 오래된 로컬 식당을 가면 위생은 어느정도 포기해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맞습니다. 사실입니다.
비닐로 테이블을 덮어두긴 했지만 그닥 관리가 잘 되진 않고
가게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없다.
그래도 뭐, 맛있는 곳이라니 우리는 한번 도전해본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흔적-
착석하면 식기류를 닦을 수 있는 뜨거운 물과 큰 그릇을 내어준다.
홍콩의 로컬 식당들은 항상 식기를 닦을 수 있게 뜨거운 차나 물을 내어주니,
먹기 전 한번 간단히 소독하길 추천한다- 위생보다 그냥 문화적 재미니, 안해볼 이유가 없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방문한지라 맛조개 볶음과 블루걸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블루걸 맥주는 홍콩 판매량 1위 맥주인데... 놀라운건 OB맥주에서 만든 제품이다.
수출맥주가 1위를 한 기이한 상황, 그것도 한국맥주라니.
여하튼, 블루걸 맥주는 약간 습쓸한, 소맥 맛이 나는 맥주였다.

한국같으면 맥주는 무조건 차갑게 먹어야하니, 저렇게 미리 시켜두지 않을텐데..
중국 문화권이라 너무 차가운건 기피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봄.
아, 홍콩은 아직 담배에 관대한 나라라 저렇게 어느정도 밖이면
담배를 자유롭게 태우곤 한다.


잠시 기다리며 가게를 돌아보는 동안 맥주가 나왔다.
블루걸 맥주를 주문했는데 다른게 나온거같지만...
뭐 블루걸을 꼭 먹고싶었던게 아니라 그냥 먹기로 한다.


그리고 나온 맛조개 볶음. 백종원이 극찬한 요리인데 맛이 좋았다.
맥주보다는 소주가 생각나는 진한 소스와 쫄깃한 조개의 조화-
주말 이른 시간에는 정말 한국사람으로 바글하다는데,
확실히 한국 입맛에 잘 맞을법한 짭쪼로하면서 살짝 매콤한 맛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맛조개를 속속 발라먹는 재미도 있고-
밥을 먹고 갔는데도 감칠맛이 있어서 금새 싹싹 비웠다.
맥주로 간단히 입가심하고 신용카드로 결제-
애문생은 장사가 워낙 잘되서 그런지, 카드결제도 된다.

건너편 다른 식당에서 맥주 한잔을 걸치는 홍콩사람들을 보며 포스팅 마무리-
홍콩에서 진짜 찐 로컬음식과 야장을 즐겨보고싶다면,
애문생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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