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 500만 애니메이션을 만든 빛의 마법사

아이라이대 2023. 5.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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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이끌어간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2년 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고, 2005년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야오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서일까,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한동안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를 찾지못해 애를 먹었다. 실제로 2016년까지,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제외하고 단 하나도 100억엔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절대적 의존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던 시점에, 오늘 소개할 신카이 마코토가 등장한다.

 

 

게임회사 직원, 애니메이터가 되기로 결심하다.

 

신카이 마코토가 등장하기 전까진, 일본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특징으로 대변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들과 요정, 그리고 동화같은 이야기와 작화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일본 특유의 몽글한 환상의 세계를 다루곤 했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달랐다.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본의 풍경을 빛을 활용한 특유의 작화로 풀어나갔다. 물론 애니메이션답게 다소 판타지스런 요소들이 스토리라인 전반에 깔려있지만, 확실히 애니메이션 자체의 느낌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화에는, 신카이 마코토가 그간 걸어온 길이 녹아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게임회사에서 오프닝을 만드는 일을 했다. 한참을 게임회사 커리어를 이어가던 그는, 문득 "검과 마법이 아닌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회사생활과 애니메이터 생활을 병행하며, 2000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애니메이션은 긴 음악, 성실함으로 만들어낸 빛의 마법

 

그 후, 그는 게임회사를 퇴사하고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걷는다. 한 작품당 현장답사 사진을 최소 1만장 이상 찍을정도로 꼼꼼하고 성실한 그는, 특유의 빛을 활용한 작화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2016년 작품인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만의 세계관과 작화가 대중적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예시다. 그는 장면마다 녹아드는 햇살과 그림자에 대한 표현, 그리고 날씨를 활용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 등으로 단숨에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주자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11년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이 되기도 했다.

 

그 후, 그는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이어지는 '재난 3부작'을 모두 성공시키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한국에서도 500만 관객을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지브리의 영향력이 큰 국내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불완전한 서사,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3부작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신카이 마코토지만, 여전히 작화나 음악의 감성 대비 서사가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 작품이 500만까지 가는게 맞나"라는 뉘앙스의 글과 리뷰가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이러한 비판에 초연하다. 그는 되려, 자신의 작품이 불완전하기에 다음 작품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스스로의 세계관을 발전시키고 다듬어나갈 자신감이 충만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국내, 아니 일본에서 또 다시 큰 성공을 거둘거라곤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주춤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이, 다시금 그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는건 자명해보인다. 앞으로 지브리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스튜디오, 그리고 감독이 탄생할지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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