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가마다 "극찬"이 존재한다. 예를들면 우리나라에선 "건국 이래 최대", "2002 월드컵 이후 최고 성적"과 같은 표현처럼, 대체로 한 시대를 상징하는 무언가에 빗대어 그 위대함을 말하는 극찬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신사의 나라"로 유명한 영국은, 주로 "비틀즈 이후 최고의 수출품"이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하곤 한다. 이러한 표현을 보면 유럽의 작은 섬나라인 영국에게, 비틀즈라는 불세출의 팝스타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큰 영향이었는지 보여주는 예시이기도하다.
그만큼, 영국에서 "비틀즈 이후 ~~"는 매우 신중하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을 통해, "비틀즈 이후 최고의 영국산 수출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영국의 샌드위치 브랜드 "프레타망제(Pret A Manger)"를 소개하고자 한다.
빅맥 지수를 잇는 프랫 지수를 아시나요?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맛 본 사람들에게, 빅맥 지수(Big Mac Index)는 제법 익숙한 단어이다.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빅맥"의 가격을 비교하여, 세계 각 국가의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빅맥 지수"는 글로벌 브랜드 맥도날드의 대중적 입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엔 팬데믹 전, 후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교하는 "프랫 지수(Pret Index)"가 등장했다. 약 1년 전 블룸버그가 만들어낸 지수인데, 파리, 런던, 뉴욕 등 각 국 주요국가들의 활성화를 비교하는 지표다. 그리고 이 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각 도시별 프레타망제의 판매량이다.
블룸버그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던 팬데믹 기간 전 후, 주요도시의 프레타망제 매출에 주목했다. 이들은 직장인들이 즐겨먹는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프레타망제의 매출을 지표로, 각 도시의 경제가 얼마나 다시 활성화 되었는지 비교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의 경제 지표를 확인하는데 주요하게 활용될 만큼, 영국의 샌드위치 브랜드 "프레타망제"가 영향력을 가지게되었다는 뜻이다.
왜 프레타망제는 중요한가?
사실 국내에서 프레타망제는 그리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다. 그럴만한게, 아직 국내에는 정식 매장이 없고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이제 6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정도다. 빅맥 지수의 맥도날드가 전세계에 4만개 이상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것을 생각하면, 매우 작은 수치다.
하지만 프레타망제의 매장들은 각 국의 주요도시,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주 한 가운데 밀집되어 있다. 그렇기에, 도심 한가운데의 소비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런던의 주요 교통수단의 프랫 지수는 모두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프랫 지수가 1보다 크거나 그 이상일 경우, 그 지역의 경제활동은 코로나 팬데믹 전과 같거나 더 활성화 되어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국 통계청은 해당 지수를 매주 업데이트하며, 각 지역의 경제가 팬데믹 전 후로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37년의 샌드위치 가게, 브랜드로 거듭나다.
프레타망제는 1987년, 줄리안 맷칼프(Julian Metcalfe)가 설립한 작은 샌드위치 가게였다. 부동산 감정사로 일하던 줄리안은 직장인의 주된 점심 메뉴인 샌드위치의 퀄리티가 형편없는 점에 주목하고 샌드위치 가게를 만들었다.
줄리안은 신선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테마로 가게를 운영했다. 흡사 서브웨이(Subway)와 비슷한 전략인데,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말하면 그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컨셉이었다. 런던 직장인들은 신선한 즉석 샌드위치 전략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판매량이 늘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건비가 큰 문제였다.
그래서 줄리안은 "매일 아침 새로 만드는 샌드위치"로 컨셉을 바꿨다. 그는 매일 아침 샌드위치를 새로 만들고, 판매가 안된 샌드위치는 런던의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즉석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던 시절엔 하루 4,000개 정도 팔렸던게, 컨셉을 바꾼 후에는 16,000개 이상 팔렸다.
줄리안은 기세를 몰아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Made Today, Gone Today (당일 제조, 당일 소비)"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매장에 주방을 뒀다. 그는 매장마다 판매량 기준 60%를 오픈 전에, 40%를 오후에 만드는 형식으로 매출을 맞춰나가도록 가이드를 만들었다.
프레타망제 매장은 항상 붐볐지만, 혼란스럽진 않았다. 매일 아침 새로 만든 제품들이기에, 고객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고르고 계산하고 떠났다. 장사는 장사대로 잘 되고, 회전은 회전대로 잘 되는 모든 사장님들이 꿈꾸는 "브랜드"가 완성된 것이다.
즐거운 매장, 그리고 효율적인 매장
프레타망제는 "신선도"와 더불어 "즐거운" 매장을 운영의 모토로 삼는다. 다른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프레타망제는 직원을 뽑는 마지막 최종 면접을 "일할 매장에서 직접 일해보기"로 진행한다. 일할 매장의 동료들과 하루간 함께해보며, "어울릴 수 있는 인재인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채용 과정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프레타망제는 일하는 직원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고객도 즐겁다라는 마인드로, 직원의 전반적인 업무 만족도를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원 재량으로 진행 가능한 부분도 많다. 프레타망제의 직원들은 재량껏 손님들에게 무료 시식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손님이 오랜시간 대기했다면, 직원의 재량으로 서비스 샌드위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 자율도는 프레타망제 전반의 브랜드 만족도를 높히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만든 "커피 구독권"
40년 가까이 된 오래된 프랜차이즈지만, 프레타망제는 이렇게 자율적이고 유기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방식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더더욱 빛을 발한다.
팬데믹으로 프레타망제의 가장 주요한 매출원인 회사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의 시작으로, 회사원들은 더 이상 프레타망제를 방문해서 샌드위치를 사먹을 이유가 사라졌다.
프레타망제는 떠난 고객들을 다시금 매장으로 불러올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 구독권"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레타망제는 한달 20파운드(한화 약 31,000원)의 커피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을 시작하면 약 2.8파운드(4,500원) 수준의 아메리카노를 하루 다섯잔까지 마실 수 있는 서비스였다. 대략 계산해보면 일주일에 세잔만 커피를 마셔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 혜자 서비스였다.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약 1만 7천명이 구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매주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서비스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프레타망제는 "커피"라는 가장 저렴한 원가의 상품을 통해 고객을 매장으로 다시 이끌었고, 고객들은 저렴한 커피와 어울리는 신선한 프레타망제의 샌드위치를 함께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프레타망제의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상승한 3억 6천만 파운드(약 5,700억원)을 기록했다.
영국의 맥도날드, 아니 그 이상을 꿈꾸며
프레타망제는 확실히 글로벌에서 주목할만한 프랜차이즈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하락세이던 코로나 팬데믹도 슬기롭게 대처해냈고, 주요 경제지표까지 프레타망제의 매출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비틀즈 이후 영국 최고의 수출품"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프레타망제는 이제 도심 중심으로 펼쳐진 그들의 프랜차이즈 지도를 좀 더 대중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 최초로, 맥도날드처럼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디딤돌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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