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책 추천] 안 느끼한 산문집 (2019)

아이라이대 2020. 10. 1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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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이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것들"과 같은 산문집이 유행했을때가 있다. 해당 책의 저자들에게 크게 악감정이나 불편한 마음이 있는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저런 류의 책들을 싫어했다. 아름다운말, 형식적인 "잘될거야"라는 말로 둘러대기엔, 2030은 끊임없이 꿈과 현실의 괴리감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나도 아팠는데 잘됐잖아, 너도 그럴걸?" 이란 말은 진짜 "아픈 청춘"과 "멈출 수 없는 청춘"들에게는 잔혹동화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크다보니, 한동안 산문집보다는 소설을 더 탐독했다. 소설 작품 속 이야기에 빠져들며,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에서 떨어지는게 더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더 그랬던것 같다. 그렇게 산문집이 점차 내 삶에서 멀어지고 있을때, 추천을 통해 "안 느끼한 산문집"을 읽게 되었다. 센스가 느껴지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가는 통통 튀는 20대이고 글에 가감이 없다.

 

책은 방송작가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있는, 글쓰는게 마냥 즐겁고 행복한 20대 후반의 삶을 관통한다. 수도관이 얼어 물을 길어오기도하고, 사랑에 힘겨워하며 울기도 한다. 돈이 없어 촬영 후 남은 소품들을 왕창 싸매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40분을 걷기도한다. 몇날 몇일을 새며 일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이 청춘의 일상과 면면들은 분명 안쓰럽거나 맘아파야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가진돈이 없어도 그녀는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본인 표현처럼 사람 웃기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어떤 슬픈 일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특유의 글빨로 에피소드로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며 실제로 깔깔대며 웃은 책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오랜 친구를 카페에서 만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때론 2030이라면 다들 겪었을법한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나도 똑같은 감정을 겪었기에 눈물을 쥐어짜내기보단 하하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다면, 그래서 무언가 힘이될 책 한권이 필요하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느끼한 기존의 청춘 응원 산문집과는 다른, 정말 안느끼하고 담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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