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디즈니에 관련된 좋은 칼럼글이 올라왔다.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만든 밥 아이거가 복귀한 후, 격동의 시기를 맞이한 미키마우싀 왕국에 관한 글인데 간단히 정리해서 포스팅 해본다.
1928년, 미키마우스가 데뷔한 영화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를 시작으로 디즈니는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해왔다. 아름다운 노래와 동화 스토리를 녹여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고, 밝고 명랑한 미키와 친구들, 그리고 곰돌이 푸는 어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디즈니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디즈니랜드를 통해 꿈을 현실 세계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가 된 신데렐라 성부터, 2000년대에 들어 인수한 마블과 스타워즈의 영웅들의 모험 서사가 담긴 테마파크는 디즈니가 더 많은 영화와 컨텐츠를 만들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영원할것 같던 디즈니 왕국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는 디즈니랜드와 영화가 주된 수익원이던 엔터테인먼트 왕국에 큰 타격을 줬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체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변화하고 있기도 했다.
팬데믹이 끝난 후 잠시간 반등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러한 위기감을 보여주듯 이내 다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넷플릭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영화관으로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애플과 아마존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수익성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아졌다.
결국, 디즈니는 CEO 밥 챗팩을 해고하고 레전드 CEO인 밥 아이거를 다시 불러왔다. 그리고 밥 아이거에겐 디즈니왕국을 재건할 2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2년동안, 아이거에게는 단순히 영화를 성공시키는 수준의 성공을 넘어,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가 앞으로도 100년간 왕국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라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디즈니가 야심차게 준비한 아바타2가 역대급 성적을 거뒀고, 디즈니랜드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무언가가 부족하다. 항상 든든하게 디즈니의 돈줄이 되어준 ABC를 비롯한 케이블/방송 서비스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미국인들은 이제 TV 방송보다 훨씬 저렴한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감소하는 구독자에 따른 매출 하락을 커버하기 위해 방송국들은 구독료를 올려왔지만, 이젠 이것도 한계에 도달한 모양새다.
디즈니가 야심차게 출시한 디즈니+ 서비스는 1억 8천만명, 여기에 ESPN과 훌루까지 포함면 2억 2천만명 수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과 애플티비를 합친것보다 높은 숫자고, 절대 강자로 분류되는 넷플릭스보다도 많은 수치다. 하지만 문제는, 디즈니+가 돈을 버는 비지니스가 아니란 것이다.
OTT 서비스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구독자 숫자가 곧 경쟁력이기에, 쉽사리 가격을 올리거나 광고를 넣지 못한다. 그나마 컨텐츠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넷플릭스만, 광고를 보면 가격을 깎아준다는 유인책을 테스트 해보고 있는 정도다. 누구 하나가 휘청거리면, 금방 구독자를 잃는 시장이기에 과감한 결단이 어렵다.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후 엄청난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래서 밥 아이거는 디즈니 플러스의 성장보단 수익성에 조금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구독자를 늘리는 기조는 유지하되,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광고를 통한 수익 개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또한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가 수익성이 안나올것 같은 영화를 줄줄이 취소했듯, 영화 개봉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예상처럼, 최근 토이스토리 5, 주토피아 2, 겨울왕국 3의 제작을 발표하며 "디즈니가 잘 하는 분야"에 조금 더 집중할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디즈니랜드 역시 수익화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인상되는 디즈니랜드 입장권 가격 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의 나라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부수적인 비용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웅이 되기 위해 디즈니랜드를 방문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돈 쓸 일들에 좌절할 정도다.
하지만 방송 구독료와 마찬가지로, 디즈니랜드의 입장권은 계속 상승하기 어렵다. 아무리 기가막힌 놀이기구와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해도, 가족들이 방문하기에 너무 비싸지만 의미가 없다. 즉, 디즈니에겐 100년 왕국을 다시금 부흥하게 만들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
혹자는 게임 산업이 디즈니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는것처럼, 디즈니 역시 자신들의 IP를 활용한 수많은 게임들을 한군데 묶거나 자체적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소비자와 직접 연계된 비지니스에 뛰어들었기에, 게임 산업은 이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최근 글로벌 지사를 포함해 총 7,000명의 직원을 해고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극단적 선택들을 통해 확보한 돈으로, 밥 아이거는 어떻게 디즈니를 부흥시킬지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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