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주토피아 :: 등장인물의 이름 해석으로 다시 보는 디즈니 명작

아이라이대 2023. 3.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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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뒷북이지만, 지난 주말 주토피아를 봤다. 16년 개봉해서 국내에서만 무려 470만명의 관객을 모은, 엔드게임, 겨울왕국과 함께 디즈니 영광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어른들까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만드는 어마무시한 흡입력으로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98%를 받은 명작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2시간을 보낸 작품인데, 특히나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미국의 감성과 언어유희가 즐겁기도 했다.

 

그래서, 주토피아 속 녹아있는 등장인물 이름의 비밀(?)을 개봉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대로 한번 뒷북 쳐보려 한다.

주디 홉스 (Judy Hopps)

반박불가, 가장 먼저 소개해야 할 캐릭터는 주인공 토깽이 주디 홉스다. 주토피아 세계관에서는 유독 약하고 왜소한 종족(?)인 토끼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근성있는 모습으로 최고의 경찰관으로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다.

 

주디의 성인 홉스(Hopps)는 "깡총깡총 뛰다"라는 동사인 Hop에서 유래했다. 영화 내내 작은 체구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주디의 모습과도 상당히 잘 어울리면서도, 토끼의 특성까지 잘 반영한 이름이다.

닉 와일드 (Nick Wilde)

주디와 함께 개봉 후 7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처음엔 능글거리는 사기꾼이었지만, 주디를 만나고 점차 특유의 영리한 촉과 감각으로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다.

 

닉 와일드의 이름인 닉(Nick)은 소소한 절도를 의미하는 동사 Nick에서 유래한듯 하다. 니콜라스(Nicholas)의 애칭으로도 불리긴 하지만, 영화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동사에서 따왔다고 보는게 맞을듯. 성인 와일드(Wilde)는 야생적이면서 교활한 여우의 이미지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 설정한듯 하다.

벤자민 클로하우저 (Benjamin Clawhauser)

주디와 닉이 근무하는 경찰서 프론트 데스크에 근무하는 친숙한 뚱땡이 고양이 벤자민의 이름에도 나름의(?) 미국 문화가 녹아있다. 발톱을 뜻하는 클로(Claw), 그리고 독일어로 집에 사는 동물을 뜻하는 하우저(Hauser)의 조합을 통해, 맹수 기질이 있지만 집에서 너무나 잘 생활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잘 나타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벤자민이란 이름 자체도 뭔가 나름의 숨겨진 뜻이 있는듯 싶다. 도넛,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달달한걸 너무나 좋아하는 벤자민의 이름은 왠지모르게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제리(Ben & Jerry'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젤 (Gazelle)

영화 속 유명한 가수이자 댄서인 가젤의 이름은 매우 직관적으로, 동물 가젤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가젤의 어원을 찾아보니, 아랍어 Ghazel에서 기원했고 "우아하고 기품있는"이란 뜻이란다. 뭔가 화려한 스타이자 셀럽인 영화 속 가젤과 매우 잘 어울린다.

플래시 (Flash)

그리고, 주디와 닉 못지않게 영화가 개봉된 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나무늘보 플래쉬가 있다. 플래쉬는 특히나 최근까지 유튜브에 더빙 영상이 흥할정도로 인기가 꾸준했던, 매력 넘치는 동물 캐릭터이기도 하다.

 

번쩍거리는 번개와 같은 빠름을 뜻하는 플래시(Flash)란 단어와, 세상 무해하게 느릿느릿한 나무늘보의 특성을 극단적으로 대조시키기 위한 장치이자 웃음 포인트로 생각하면 될 듯.

듀크 위즐튼 (Duke Weaselton)

좀도둑이자 훌륭한 조연이었던 족제비인 듀크 위즐튼의 이름도 나름의 뜻이 있다. 성인 위즐튼의 위즐(Weasel) 자체가 족제비란 뜻이고, 여기에 -ton을 붙여 보다 성처럼 만들었다. -ton을 붙여 성처럼 만드는건 주토피아에서 상당히 애용되는(?) 네이밍 방법이다.

 

이름인 듀크(Duke)는 공작이란 뜻인데, 나무늘보 플래쉬와 마찬가지로 전혀 귀족스럽지 않은 행동을 일삼는 족제비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미스 벨워더 (Dawn Bellwether)

그리고, 양덕들 사이에서 은근 인기가 있는 주디의 상사 "미스 벨웨더"가 있다. 성인 벨웨더(bellwether)는 양떼를 이끄는 거세한 숫양에서 기원한다. 리더쉽있는 숫양의 목에 딸랑거리는 방울을 달아 다른 양들을 이끄는 모습에서 나온 단어인데, 주토피아의 흐름상 상당히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하다.

개봉 한참 지나고 리뷰를 쓰는것도 웃긴것같아, 급 등장인물의 이름을 분석하는 포스팅을 쓴 게으른 블로거다. 하지만 후속작이 정말 기대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기도 해서, 주토피아2가 나오면 무조건 극장에서 볼 것 같다.

 

후속작에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꼭 블로그에 이름 리뷰를 해보겠다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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