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SVB ::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의 거래 정지상황과 금리인상

아이라이대 2023. 3. 12. 00:27
반응형
SMALL

 

넷플릭스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신화의 시작, 그리고 테슬라가 전세계적 자동차 설비 시설을 갖출 수 있는 투자 자금을 대출해줬던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SVB)가 3월 10일 파산했다.

 

1983년 문을 연 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신화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온 SVB의 40년 역사는 불과 44시간만에, 그리고 미국 역대 2번째로 큰 규모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과 함께 거래가 정지되었다.

3월 8일, SVB는 그간 투자했던 장기채권 210억원 달러를 매각해 약 1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진행되며, 상대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약한 실리콘 밸리의 벤쳐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약화된 영향이었다.

 

SVB는 미국의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주로 기술 분야에 특화된 대출 및 금융상품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만들어내왔다. 즉, 벤쳐기업들의 수익성 약화는 SVB의 채권과 이자 수익에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SVB는 이 18억 달러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약 22억 규모의 증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3월 9일 실리콘 밸리 VC들은 기업들에 "SVB에 넣어둔 예금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라는 다급한 연락이 돌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허덕이던 벤쳐기업들은, 앞다퉈 SVB에 넣어둔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3월 9일 오후엔 잠시간 SVB 시스템에 마비될 정도였다. 이 날 하루에만, 약 420억 달러의 예금이 SVB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SVB의 주가 역시 60% 이상 하락했다.

 

엄청난 속도의 예금 인출에 결국 금융당국은 SVB의 파산을 선언했다. 채권 손실을 발표한지 44시간만이었다. 총 자산 2090억 달러, 한화 약 280조 수준의 거대 은행이 이틀도 안되는 시간에 무너진 것이다. 파산 규모로치면 2008년 JP모건 이후 역대 두번째 수준이다.

실리콘 밸리, 그리고 미국 금융 시장의 충격은 제법 크다. 미국 첨단산업의 상징이자 끊임없이 등장하는 유니콘 기업의 산증인 실리콘 밸리를 지탱하던 거대한 은행이 무너진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는 이번 파산이 리먼 브라더스때와 같은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내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두번째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SVB파산은 리먼때만큼의 파장을 가져오진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융당국은 미래 예측은 잘 못하지만, 과거를 통한 반성과 학습은 제대로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SVB는 기술 금융에 초점을 맞춘 특징이 있는 은행이다. 이들은 젊은 실리콘 밸리의 CEO들이 보다 손쉽게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은행을 운영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모은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채권에 투자해왔다.

채권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시장에선 그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채권은 미래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지만, 그 가격은 금리가 인상하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SVB의 주된 포트폴리오였던 채권의 가치가 금리 인상과 함께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금 유동성이 떨어진 벤쳐기업들은 줄줄히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돈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SVB는 어쩔수없이 대규모 장기채권 판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마무시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44시간만에 SVB를 파산시켜버린건, 이들이 이미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통해 이 자그마한 불씨가 불러올 재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SVB에게 좀 더 시간을 줬다면, 이들은 가진 채권을 전부 판매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채권의 가치는 더욱 하락함과 동시에 다른 은행까지 불씨가 튈 가능성도 커진다. 즉, 산불을 막기위해 미 금융당국이 재빠르게 움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번 SVB 파산을 통해 파월의 금리인상의 명분도 많이 희석되지 않았나 싶다. 파월은 그간 코로나 이후의 수습을 "금리 인상" 단 하나의 카드로만 떼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첫번째 큰 부작용이 실리콘 밸리에서 나온듯 하다.

 

파월의 고집스럽던 금리 인상은 당분간 확실히 제동이 걸렸다. 이젠 주식시장을 다시 한번 돌아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