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리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유로모니터 기준 2018년 약 36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시리얼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43조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시리얼이 세상에 등장한지 130년이 흐른걸 고려하면, 5년간 20% 이상 시장규모가 커진건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시리얼의 이런 급격한 성장세는, 성인들의 수요가 커진데서 기인한다. 아침식사로만 여겨졌던 시리얼은, 기존의 강자였던 켈로그와 포스트, 그리고 제 3의 기업들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건강한 아침식사로, 때론 훌륭한 디저트나 스낵의 역할로 소비자들 곁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개발된 시리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다
그렇다면 시리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자잘한 상식 중 하난데, 시리얼은 요양병원 의사였던 존 하비 켈로그가 "성욕 억제"를 위해 개발한 식사 대체재다. 켈로그는 육식 위주의 식단이 성욕을 강하게 만든다고 믿는 독실한 청교도인이었고, 그래서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시리얼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배급했다. 현재까지도 강력한 시리얼 회사로 유명한 "켈로그"가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재밌는건 정작 켈로그는 시리얼의 상업화에 크게 없었는데, 환자 중 한명이었던 찰스 윌리엄 포스트가 시리얼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이게 바로 켈로그의 강력한 라이벌인 "포스트"의 출발이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시리얼 시장의 라이벌로 발전한, 역사적인 130년의 경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성장한 시장, 반대로 진부해진 시리얼
켈로그와 포스트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시켜왔다. 이들은 옥수수 외에도 오트밀을 넣어 건강한 시리얼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도 좋아할만한 초코, 딸기 맛 등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유화 함께 눅진하게 먹을 수도 있고, 가끔은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도 있는 시리얼은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대표적 아침식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00년 넘게 비슷한 컨셉이 지속되자, 어느순간 시리얼은 새롭기보단 당연한 제품으로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오프리밋(Offlimits), 시리얼에 새로움을 더하다
이렇게 정체되는듯 했던 시리얼 시장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0년, 음식 전문 기자 출신의 에밀리 엘리스 밀러가 창업한 오프리밋(Offlimits)가 대표적인 예다.
에밀리 앨리스 밀러는 음식 전문가답게, 시리얼이 가진 고정관념과 태생적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공략했다. 그녀는 졸릴 때 잠을 깰 수 있는 대쉬(Dash), 집중하고 싶을 때 먹는 스파크(Spark) 등 일상 생활 속 시리얼을 간편한 스낵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오프리밋은 현재까지 3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도전, 변화하는 시리얼 시장
오프리밋의 등장은 기존 시리얼 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22년, 시장의 대표주자인 켈로그는 "인스턴트 보울"이라는 우유 없이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을 개발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분유를 제품에 추가하여, 물만 부어도 우유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켈로그 외에 펩시의 주스 브랜드인 트로피카나는 "주스와 먹는 시리얼"이라는 기가막힌 역발상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아침의 대표메뉴인 오렌지 쥬스, 그리고 시리얼을 한번에 즐기도록 하자"라는 발상으로 이러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멈춰있던 시리얼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아침식사용은 이제 그만! 콜라보로 새로운 이미지를 찾다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마켓오에서는 고래밥 시리얼, 다이제 시리얼 등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리얼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건강한 곡물의 이미지가 강했던 시리얼에 달콤한 고래밥과 다이제를 콜라보하며,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콜라보는 MZ세대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졸린 눈을 부비며 학교에 가기 위해 억지로 먹는 시리얼이 아닌, 배가 안고파도 맛있어서 먹는 스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유가 없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도 부여하며,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그리고 기회
국내 시장에서도 오프리밋, 트로피카나와 같은 미친 생각을 담은 스타트업들이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오고있는듯 하다. 특히, 건강을 위해 오트밀이나 곡물 시리얼의 니즈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살린 "미친 아이디어"가 충분히 시장에서 먹힐법한 시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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