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만해도 칼바람이 불던 서울인데, 언제 그랬냐는듯 완전한 봄 날씨가 시작되었다. 석촌호수를 비롯한 핫스팟엔 벌써 벚꽃잎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고, 나들이하러 나와있다.
서울에서 가장 힙한 멋쟁이들이 가득하다는 압구정 로데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포스팅한 항상 웨이팅 긴 호족반부터 새로 생긴 타코 맛집들까지, 봄 날씨 한껏 멋 부리고 온 힙스터들로 가득했다.
세상 멋드러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짝 기죽어서(?) 먹을만한 곳을 찾다가, 생긴지 얼마 안된것 같은 힙한 식당을 발견했다. 압구리 텐 즉석떡볶이라는 알 수 없는 입간판으로 손님을 반기고 있는, "온더스팟 텐떡"이란 곳이었다.
낮에는 떡볶이, 밤에는 술이라는 컨셉이 상당히 신선하다. 떡볶이와 술을 먹어본적이 없어서 평소에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곰곰히 머리를 굴려보니 떡볶이와 소주, 맥주는 제법 괜찮은 조합일것 같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온더스팟 텐떡은 내려가는 과정에서도 힙함을 느낄 수 있다. 하이볼 포스터, 미니어쳐 소주맥주, 그리고 달 모양의 조명까지.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부도 뭔가 실내 볼링장스러운 조명과 힙함이 있다. 자신감있게 원산지를 입구에 바로 공개한것도 맘에 들고, 약간 불그스레한 을지로스런 조명도 힙하다. 점심에 방문했지만, 밤에 술집모드로 바뀌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생긴지 얼마 안된 매장답게, 식기도 매우 깔끔하다. 떡볶이를 덜어 먹을 수 있는 국자도 집이 있는게 신기해서 한컷.
한켠에 단무지와 피클을 양껏 덜어먹을 수 있는 셀프바도 있다. 가게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인데, 거기엔 벽에 계속 상영되는 헤엄치는(?) 우주인의 영향이 크다. 뭔가 을지로 깊숙히 숨어있는 바에 온 기분.
상호답게 주 메뉴는 떡볶이다. 조금 고민하다가 마라 즉석떡볶이(25,000원)으로 결정했다. 왠지 주말엔 마라의 얼얼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토핑 사리, 튀김, 어묵, 그리고 볶음밥까지 식사로 충분히 매력적인 조합들이 존재한다.
성능이 상당히 좋아서 세기 10으로 맞춰두니 금새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는다. 끓으면서 진한 마라의 향이 코 끝을 자극한다. 떡이 상당히 쫀득하고, 건두부 등 마라탕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들이 섞여있어서 떡볶이가 더해진 마라를 먹는다는 느낌이 딱 맞다.
무엇보다, 맵찔이들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맵기라는게 큰 장점이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크지 않을 마라 즉석떡볶이라고 보면 될 듯.
고기도 생각보다 푸짐하게 밑에 깔려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떡볶이라 금새 순삭했다.
정신없이 떡볶이를 먹느라 놓쳤는데, 천장에 프로젝터로 이런 오로라 느낌을 내둔게 급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최근 생긴 식당답게, 이런 디테일한 센스가 좋다.
맛있게 먹고 계산했고, 나오면서 카운터 한켠에 위치한 미니 뽑기기계(?)도 도전해봤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말랑카우를 뽑진 못했지만, 재밌었다.
여하튼, 압구정에서 떡볶이집 찾으면 여기 한번 가보는것도 신선한 경험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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