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만끽할 수 있는 홍대입구역 메인거리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의선책거리를 따라 걷는 길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버스킹 선율이나 시끌시끌한 포차의 활기참은 없어도, 초록초록한 나무와 넓직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무언가 힐링되는 느낌이 든다. 한골목 너머가 유독 시끌시끌하니 더욱 대비되는거 같기도 하고.
책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소품, 악세사리숍, 혹은 카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보면, 이자카야나 오늘 소개할 산울림 1992처럼 숨어있는 분위기 좋은 주점들이 많다. 산울림 1992는 외관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 막걸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주와 그에 걸맞는 맛있는 안주를 파는 맛집이다.
전통주점답게 내부도 꽤나 고풍스럽게 잘 꾸며져있다. 테이블, 벽면은 원목을 활용해 주막의 느낌을 잘 살렸고, 요리가 이뤄지는 식당에는 호롱불을 모티브로한듯한 전등으로 분위기를 낸다. 오픈된 주방에서 들리는 지글지글 요리하는 소리는 도란도란 이야기할땐 좋은 백색소음이 된다. 아! 그리고 노래도 대체로 90년대 ~ 2000년대 초반의 노래가 나와서 방문하는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본격적인 메뉴 고민시간이 왔다. 이런 회전이 빠른 식당은, 보통 가장 잘나가는 메뉴나 조합으로 세트를 구성해두곤한다. 반상 1~5까지 다 훌륭한 조합같이 보였지만, 함께 방문한 일행들의 의견을을 통일시키기 어려워 우리는 결국 단품으로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한 메뉴는 쭈꾸미볶음, 육전, 그리고 해물오뎅탕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한잔 걸치려면 매운 볶음류와 얼큰한 탕류는 필수니까.
안주 반상세트 이외에도 술이 포함된 증류주세트도 함께 준비되어있다. 증류주 세트는 보통 문배술이나 이도같이 전통주로 구성되어있다보니 어느정도 호불호는 갈릴수도. 하지만 전통 증류주를 즐기거나, 먹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도해볼만한 메뉴다. 그 외에도 막걸리가 무려 46종이나 준비되어있다. 처음보는 막걸리가 많아서 도전해보고싶었던 막믈리에 지망생이지만, 같이간 동기 중 한명이 막걸리만 먹으면 부모님도 못알아뵈는... 치명적인 병이 있어 이번 방문에선 자제했다. 아직도 아쉬울뿐.
간단히 맥주 한잔을 즐고있으니, 가장 먼저 육전이 나온다. 2만원이 넘는 가격이다보니, 조금은 더 푸짐한 양을 기대했기에 살짝 아쉬웠다. 요즘은 워낙 맛있는 육전집이 많다보니 평가의 잣대가 꽤나 엄격해지고있지만, 산울림 1992의 육전정도면 평균 이상은 된다고 본다. 아주 부드럽지는 않아도, 충분히 고기의 식감을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정도. 함께나오는 무전은 육전과 잘 어우러진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는 쭈꾸미 볶음. 개인적으로 매운걸 아주 잘먹는 편은 아니어서, 맵게 자극만 하는것보단, 먹고나서 개운한 느낌이 드는 "맛있게 매운 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곳의 쭈꾸미볶음이 그런편이었는데, 처음엔 매워하다가도 다 씹어 넘기고나면 깔끔게 마무리된다. 위에 얹어진 깻잎과 쌀밥을 함께 먹으면 그 깔끔한 맛이 더욱 배가되어 매운걸 못먹는 사람도 어느정도 즐길 수 있는 정도. 개인적으로 이곳에 방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이다.
해물오뎅탕은 깔끔하다. 쑥갓, 무 등 기본 재료에 아낌이 없어 국물이 깊고 개운한편이라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오뎅도 많이 들어가서 4~5인이 방문해도 오뎅 숫자로 싸울일은 없다. 한사람당 두세개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정도. (남자들끼리 술먹으면 생각보다 이런걸로 많이 티격태격한다) 주문한 세가지의 메뉴가 얼큰함, 매콤함, 그리고 기름짐으로 서로 박자가 맞다보니, 한잔 두잔 술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푸짐하던 오뎅탕과 쭈꾸미볶음이 바닥을 보일때 쯤, 한가지 추가 메뉴를 주문했다.
추가로 주문한 메뉴는 바로 감자전. 왠지 입가심겸 바삭하게 잘 구워진 감자전이 제격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나왔을땐 육전처럼 반원으로 된 모양에 실망했다. 몇번이고 반으로 접힌건가?하고 펴보려 노력했지만, 원래 반원 모양으로 나온게 맞았다. 하지만 맛은 실망감을 어느정도는 만회할만한 맛이다. 바삭하게 튀겨진 겉부분은 원하던 식감을 주고, 촉촉한 속은 감자의 맛을 잘 내준다. 가격대비 양이 많은편은 아니다보니, 메인안주로 시키기보단 무언가 아쉬울때 입가심 메뉴로 시키는걸 추천한다.
홍대에서 고기만 먹는게 질릴때, 혹은 합정이나 상수까지 넘어가긴 애매할때 추천하고싶은 전통주점이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부터 증류수를 맛있는 메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옛스런 인테리어와 감성 넘치는 옛 노래들은 +@의 느낌. 홍대 근처 술자리할땐 한번쯤 가보라고 추천해보고싶은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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