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스타
새로운 여행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비용항공사(LCC)를 보유한 나라다.
넓은 땅을 가진 미국이야 국내선 수요가 워낙 많다지만, 면적도 작고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 한국에 왜 이렇게 항공사가 많을까? 그 답은 단 하나의 노선, 바로 “김포 – 제주” 노선에서 시작된다.

"김포-제주" 노선은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다 단일항로 여객 수송 노선이다.
주말이면 제주도행 항공권 가격이 국제선보다 비싼 경우도 있고, 심지어 출근 시간보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골프치러 떠나는 직장인도 수두룩하다. 이 황금 노선을 중심으로, 한국은 ‘항공’이 보편화 된 나라가 되었다.
게다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중국·일본 등 단거리 국제선 수요도 폭발적이었기에, 기본만 갖춘 소형 항공기만 있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 모든 조건이 맞물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는 수많은 저비용항공사가 생겨났다.

동방의 별, LCC 시장에 출범하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전라북도 출신의 정치인 이상직이 메리츠금융과 합작하여 설립한 회사다. "동방의 별"이라는 뜻을 담은 이스타를 사명으로, 극동아시아에서 전세계로 나아가는 항공사가 되겠다는 비젼을 담았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600 기종 도입과 함께, 김포-제주노선을 최저 19,900원에 판매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큰 관심을 얻었다. 곧 이어 군산-제주 / 청주-제주노선도 빠르게 확충해 나가며,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그 존재감을 어필했다.
이 후, 항공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는 국제선 운영도 발빠르게 넓혀갔다. 2011년 치열했던 도쿄노선 배분을 제주항공을 제치고 따내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고, 2012년엔 티웨이와 코드셰어를 하며 타이베이까지 노선을 넓히기도 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노선확보를 통해, 2013년엔 첫 흑자 전환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빛을 잃어가는 동방의 별
1) 일본불매운동과 경영난 악화
2017년까지 이스타항공은 승승장구했다. 영업이익은 늘어갔고, 완전자본잠식 구조에서 탈피하며 재무구조도 건전화되어갔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가 이스타항공의 성장에 직격타를 가했다.
일본노선 확보에 중점을 뒀던 이스타 항공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에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2019년 중순부터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경영 악화로 이스타항공은 급여 삭감, 급유비 연체까지 겪으며 점차 빛을 잃어갔다.
결국, 2020년 3월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듯 보였다.

2) 애경그룹의 인수포기, 그리고 운항중단
하지만 곧 이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 기간 수요감소를 고려하여 이스타항공에 항공기 운항 중단을 요청하였고, 이스타항공은 이를 수락하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결국 제주항공의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스타항공이 인수한 보잉 737-MAX 기종에 엔진 결함이 발생되며 지속적인 정비비용과 리스비용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스타항공을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로 인정하였다. 이스타항공은 급유비 외에도 여행사 미지급 금액 약 100억원이 얽혀있어, 파산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었다.
기적적인 회생, 재기를 노리는 동방의 별
2021년 5월, 하림의 자회사 팬오션과 쌍방울의 자회사 광림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6월, 하림이 인수를 포기했다는 기사와 함께 쌍방울이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충남 부여 기반의 부동산 기업 "성정"이 우선입찰권을 행사하며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2023년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가 지분인수 및 추가투자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재운항의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2023년 3월, 마침내 이스타항공은 약 3년간 멈출수 밖에 없었던 비행을 다시 시작했다. 비행이 간절했던 모습이 반영된 것일까, 이스타항공은 스카이트랙스 선정 3성급 저비용 항공사에 오르며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악천후로 인한 결항이 빈번한 제주노선에서, 무사고로 항상 정시 운항을 성공적으로 운행하며 "진격의 이스타"라는 별명까지 얻고있다. 이제 다시 날개를 펼친 이스타항공이, 국내 저가항공사로 다시금 세계 시장에 그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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