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

[당산 오돌] 돼지는 삼겹살만 있는게 아니다

아이라이대 2020. 4. 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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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당산쪽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숨어있는 맛집이 많다. 유명한 곱창부터 시작해 간단히 즐기기 좋은 호프집들까지.

술한잔 기울이며 지난 이야기 나누기 좋은곳들이 많아 정이가는 그런곳이다.

 

당산 오돌은 이름처럼 오돌뼈 갈비로 시작한 오랜 고깃집이다. 하지만 어느순간 입소문을 탄 이 집의 베스트 메뉴는 바로 돼지 한마리에서 극소량만 나온다는 "꼬들살"이다. 메뉴명만 들어도 어떤 식감일지 충분히 예상되는 이것은, 돼지 목 뒷부분의 섬유조직이 많은 작은 부위이다.

 

꼬들살 외에도, 눈꽃갈비, 순목살스테이크, 껍데기 메뉴가 있지만.. 우리의 선택은 지금의 오돌을 만든 "꼬들살 2인분"이었다.

 

당산 오돌 메뉴판
당산 오돌 기본 상차림

꼬들살은 일반 삼겹살이나 항정살과는 다르게, 나올때부터 단단한 육질이 느껴진다. 특수부위인지라, 1인분 기준 2덩어리씩 나오는데, 식당 가이드에 따르면 20초정도에 한번씩 뒤집어주며 골고루 익힐수록 맛이 좋다고한다.

 

수요미식회를 비롯해 워낙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된 맛집이다보니, 매장 곳곳에 걸려있는 큰 티비속에선 오돌 방영분이 계속 상영된다.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소 생소한 부위다보니 방송에서 자세히 설명되는걸 보다보면 모르던 정보들도 꽤나 얻게된다.

 

꼬들살

고기의 두께가 있다보니 익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편이다. 처음보는 이 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할때 쯤, 노릇노릇한 자태를 뽐내기시작한다. 잘 익은 고기를 자르다보면, 이 고기의 식감이 가위너머로 조금씩 느껴진다. (자르다보면 한덩어리의 고기가 잘려지는걸 탄력있게 거부하는 느낌이든다)

 

평소 음식먹는 속도가 빠른편이지만, 오돌에서만큼은 고기를 여러번 씹으며, 꼬들살 특유의 고소함과 담백함을 잔뜩 느겨보았다. 물론 같이간 일행에 비해선 여전히 빨랐지만, 천천히 먹는 즐거움도 한번쯤 고민해보게 된 순간.

 

당산 오돌

원래 처음 먹는 음식은, 아무 간이나 소스 없이 본연의 맛을 느껴야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조심스레, 설레는 마음을 안고 씹은 오돌은.. 소스가 없어도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다! 고기를 자르며, 다소 질기거나 퍽퍽하면 어쩌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 구워진 고기는 껍데기의 식감과 항정살의 도톰한 육질을 적절하게 섞어둔 느낌이 든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훌륭하여, 잘 구워진 꼬들살과 함께 먹으면 완벽한 밸런스를 맞춰준다.

오랫동안 씹으며 맛보아서 그런지, 양에 비해 배가 꽤나 차는 편이다. 그래서 아쉬운마음이 들었지만 눈꽃갈비와 오돌갈비는 다음을 기약하며 당산 오돌의 또다른 명물, 은이국수를 주문했다

은이국수

 

은이국수. 주인아주머니 따님인가? 싶은 작명의 비밀은, 바로 "은이버섯"에서 따온 이름이다.

요게 바로 은이버섯

요즘은 마라에도 넣어 즐기는 버섯이지만, 은이라는 다소곳한 이름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은이버섯의 꼬들한 식감과 차가운 냉국수의 조합은 꼬들한 고기가 대표적인 "오돌"의 느낌과 완벽하게 어울린다.

남은 꼬들살과 함께 냉국수 한젓갈, 국물 한번을 먹으면 소주 생각이 없다가도 주문을 하게된다.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라는 격언이있다. 내 인생의 모토이기도하고.

서울 안엔 고기를 정말 잘하는 맛집들이 많지만, 이왕이면 가끔은 특이한, 내가 알지못했던 돼지고기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근처에 들리게된다면, 당산 오돌에서 새로운 , 그리고 훌륭한 돼지의 새로운 면을 맛보았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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