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먹거리 천지다. 메인골목 한자락에 있는 껍데기, 갈매기살 등 고기맛집들부터,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술집들까지. 정말 홍대거리에 있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선택권이 있는 동네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끼리 메뉴를 고를때 논쟁도 많아진다. 가령, 아래와 같은 느낌으로.
A: "오늘은 고기먹자"
B: "난 어제 고기먹었는데? 오늘은 걍 탕에 먹자"
C: "아 나는 그냥 회먹고싶은데"
이런 메뉴선정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은 쉽게 끝나지않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자리있는 술집에 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때 생각해볼만한 좋은 선택지가 오늘 소개할 "바다생고기"이다.
홍대 메인거리에선 5~10분정도 걸어가야 식당이 나온다. 가는길에 홍대에 이런곳도 있었어?싶은 인테리어 소품샵이나 가게들이 많으니 걸어가는 재미도 쏠쏠. 지도만 보고 찾다가는 놓치기 쉬울 수 있어, 꼭 주변을 확인하며 걷는걸 추천한다.
가게 외부는 간판이 크진 않아도, 주변 가게대비 아기자기한 색감이 의외로(?) 눈길을 끈다. 이자카야같은 외관과 네온사인으로 만든 간판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의 그 술집을 연상하게 한다.
가게 내부는 80년대 감성이 충만하다. 양은주전자와 최근 여러 레트로식당에서 쓰는 초록 점박이 물컵과 식기, 그리고 옛날 신문지로 감각있게 정리된 벽까지. 최근 복고감성을 강조한 식당이 많은걸 고려해도, 사장님이 이 느낌을 위해 얼마나 신경썼는지가 느껴진다.
아참 노래는 90년대 댄스곡이 주로 나온다!
메뉴판 이미지가 날아갔다. 메뉴판도 회사 결재서류양식으로 힙했는데 아쉬울뿐.
여하튼 가장 힙한 메뉴는 "제철모듬회 + 해산물전골 + 돼지갈비찜"을 5만 8천원에 즐길 수 있는 세트메뉴다. 솔로메뉴들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회와 고기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점에선 세트메뉴가 스타트론 제격이다.
이런곳에 와서 술을 안먹는건, 여러번 언급했듯 사장님에 대한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소주를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친구들이 좋아하는 "한라봉봉토닉"이 있어 한번 주문해봤다.
한라산과 봉봉을 섞어서 먹는건데.. 음.. 봉봉의 달달한 맛이 다소 쎈 한라산과 어울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캔봉봉은 포도알이 잘 안나오고, 단맛이 너무 강해서 좋은 안주와 먹기엔 어울리지 않는듯하다.
그렇게 기다리고있으면, 메뉴가 서서히 하나씩 나오기시작한다!
제일 먼저나오는건 끓는데 시간이 필요한 해산물 전골. 세트에 나오는 전골이라고 생각하기엔 양이 엄청 푸짐하다. 가리비조개, 전복, 쭈꾸미 등 해산물의 조합도 다양하고, 바닥에 깔린 양배추는 국물의 시원함을 주기엔 더할나위없다.
센 불로 전골을 끓이며 두근두근해하고 있으면, 이어서 매운 갈비찜이 나온다. 갈비찜은 해산물전골에 비하면 다소 평범한(?) 비쥬얼이고, 매콤한은 적당한 정도. 엄청 좋은 고기를 쓰는 느낌은 아니지만, 조리가 잘되어 살이 부드럽게 잘 떨어지는 편이다.
잘 끓은 해산물 전골 국물과 신나게 한두잔 하고있다보면, 어느새 모듬제철회가 나온다.
이번 방문에 나온건 연어와 고등어회! 회가 신선하기도하고, 김, 날치알, 묵은지 등 다양한 소스도 함께 제공되어 물리지않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회가 나오는순간부터 매운갈비찜의 매콤함은 적당한 중화역할을 해서 이 많은 양의 메뉴를 질리지않게 먹을 수 있다!
두명이서 방문했기에, 이 많은 양의 음식을 다 먹을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전골의 개운한 국물맛은 소주의 씁쓸함과 잘 어우러지고, 회의 싱싱함과 기름짐은 갈비찜의 매콤함과 어우러져 물리지않게 계속 먹을 수 있게해준다!
메뉴 하나하나가 시그니쳐라고하기엔 무언가 하나씩 부족하지만, 세트로 저렴하게 즐기기엔 정말 더할나위 없다.
방문시에 배불러서 먹어보진못했지만, 막회무침이나 미나리전, 후숙멜론 같은 사이드메뉴도 술과 함께하기엔 잘 어울리는 메뉴일듯하다.
모임의 인원수가 너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들이 많다면 바다생고기에서 바다와 땅의 모든 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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