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등 생각나는게 꽤나 많은 도시이지만, 나에겐 통영하면 가장 생각나는건 역시 해산물이다.
서울에서 약 네시간 반정도를 신나게 버스를 타고 달려가서 도착한 통영은, 말 그대로 바다가 함께하는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갓 잡아올린듯 싱싱한 회 한점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 삭막하던 서울의 삶은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떠나간다. 입장료 개념의 3만원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해산물 안주가 나오는 실비집부터, 매운탕, 시락국, 충무김밥 등 먹을게 너무나도 많은 도시지만...
아무래도 여행기간 내내 해산물만 먹다보면, 기름지고 익힌 음식이 떠오를수밖에 없다. (해산물에 소주를 그만큼 많이 마셨기때문일수도 있고)
나중에 따로 리뷰하겠지만, 전날 젊은 총각들이 너무 술을 많이 먹는다며 혼내다가도 속 버리면 안된다며 끊임없이 안주를 주신 실비집 이모들덕에 서울에서 온 세 총각은 꽤나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직장인들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주말이기에 다음날 무리해서 스카이라인 루지에 가서 내기 아닌 내기를 하기도 했고...
그만큼 해장이 너무나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사실 통영에 해장이 가능한 메뉴는 많다. 시락국부터 시작해 개운한 지리탕들이 즐비하고, 조금만 더 찾아보면 매운탕 같이 얼큰한 옵션들도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누가 서울 촌놈들 아니랄까봐, 우리가 가장 그리운건 뜨끈한 밀가루, 그리고 기름기가 좔좔흐르는 중국음식이었다.
멀리 움직이긴 어렵고, 스카이라인 루지 근처의 중국집을 누가 뭐랄거 없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의미에서 루지장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진주반점은, 해장이 고픈 우리에겐 딱인 장소였다.
해장에 한걸음 떼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진주반점을 찾아가는길에 생각보다 많은 구경거리가 있었다. 누가봐도 장인느낌이 물씬나는 빵집부터 시작해, 통영 꼬맹이들이 짤짤이 동전을 들고 기웃대는 조그마한 오락실까지. 몸속 장기는 강하게 해장음식을 밀어넣어달라며 아우성이었지만, 우린 천천히 통영만의 색깔을 즐기며 진주반점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진주반점. 생각보다 현대적인 간판에 놀랐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생각보다 세트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는것. 보통 1인가구가 많은 곳에 가성비를 위한 세트 메뉴가 많은데, 연령대 높은 방문객이 많을것으로 보이는 진주반점엔 나홀로세트, 안주세트, 식사세트까지 꽤나 다양한 조합들이 있었다.
궁금한 메뉴와 세트구성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우리는 온몸이 간절히 원하는 국민 해장메뉴. 삼선짬뽕, 쟁반짜장, 그리고 탕수육을 주문했다.
사실 관광도시여서 그런지, 통영의 물가는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영의 음식과 식당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어느곳을 가도 인심좋게 가득 나오는 양, 그리고 훌륭한 퀄리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푸짐하게 쌓인 탕수육과 서비스 군만두, 그리고 해산물이 아낌없이 가득 들어간 쟁반짜장과 짬뽕은 보자마자 와-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더 말해 무엇하리, 빨리 먹고 해장해야지.
짬뽕이야 원래 해산물이 풍성하다지만, 쟁반짜장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해물들이 넘칠일인가 싶다. 전복은 기본이고, 홍합, 조개, 새우, 가리비 등등 들어갈 수 있는 바다 친구들은 전부 들어갔다.
아낌없이 들어간 해산물덕에 짬뽕 국물은 정말 먹자마자 속이 화르르 풀리는 느낌. 그리고 해산물에도 진한 짬뽕국물이 잘 배어들어 따로 먹어도 맛있다.
쟁반짜장은 지금것 먹었던 짜장중 베스트 3에 들정도의 기가막힌 맛이다. 기존 먹던 양념보다 된장을 조금 더 가미한듯한 구수한 소스는, 해산물이 많아 다소 비릴 수 있는 짜장 맛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그리고 짬뽕과 마찬가지로 탱탱한 면빨은 후루룩 면치기를 하기에 안성맞춤. 육안으로도 양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먹지?라는 고민은 머릿속에 스쳐가지도 않는다. 그만큼 먹음직스럽고, 못먹으면 실례일것같다.
탕수육 튀김 자체는 서울의 유명 중국집들과 같이 섬세하게 겉바속촉이 완벽하게 들어맞진 않는다. 하지만 바삭함을 잘 간직한 겉옷과, 역시 해산물이 들어가 새콤하며 진한 소스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소스는 튀김없이 따로 먹어도 과하지 않을정도로, 적당한 단맛과 새콤함이 어우러져있다. 군만두는 서비스니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베어물면 나름 꽉찬 만두소에 미소가 지어진다.
통영의 맛집을은 전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하지만 누군가 통영에서 가장 기억나는 맛집이 어디에요? 라고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진주반점을 말하고 싶다.
서울의 유명 중국집들의 화려함과는 다르게, 통영만의 색깔이 가득 묻어난 짜장, 짬뽕, 그리고 탕수육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알콜과 뒤섞인 비릿한 바닷내음이 온 몸에 가득하다면 더더욱.
전날 훌륭했던 실비집에서 거하게 음주했다면, 꼭 진주반점에서 완벽한 해장도 같이 경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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