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지만 여유롭지 못했던 어느 주말, 뭔가 뜨끈한 국물이 있는 점심 식사를 찾다가 송리단길까지 흘러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베트남 쌀국수, 태국 음식점에 긴 웨이팅 줄이 있는걸 확인하곤 바로 패스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주변을 헤멨다.
서울특별시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12 1층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게 바로 "요미우돈교자"였다. 뭔가 도쿄 후미진 골목길에 있을법한 인테리어의 작은 가게였는데, 왠지모르게 여긴 진짜 맛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홀린듯 입장했다.
뭔가 미식에 통달했을듯한 비쥬얼의 수염난 아저씨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본어와 영어, 한자, 그리고 한국어가 적절히 섞인 간판은 뭔가 더 이국적인 바이브를 만들어낸다.
기둥에 붙은 ADT 캡스가 없다면,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진짜 헷갈릴만큼 일본스런 분위기가 물씬나는 외관이다.
입장 전에 커다란 입간판으로 메뉴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메뉴가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넓적우동"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우동 면이 당면보다 넓다니, 도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입장하기 전 코카콜라 파레트 사진 한컷. 그냥 찍어봤다, 난 감성이 풍부하니까.
가게 내부도 외관 못지않게 일본 느낌이 물씬 난다. 불규칙하지만 나름의 규칙을 가진 스티커들.
전부 일본어이긴 하지만, 신문처럼 대표메뉴들을 소개해둔 벽지가 눈에 들어와서 한컷 찍었다. 진짜 이정도면 송리단길 속 일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자리마다 비치된 키오스크를 보면, 이제서야 여기가 한국이란게 느껴진다. 그만큼, 가게 내외부로 일본느낌과 일본어가 가득하다. 여하튼, 키오스크로 넓적우동과 바지락우동, 그리고 고기 교자만두를 각각 주문했다.
슈퍼마리오의 뒷모습이 귀여워서 한 컷 찍었다.
테이블 건너편에는 주방이 있고, 그 칸막이에는 센과 치히로, 벼랑끝의 포뇨 등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의 엽서들이 붙어있다. 숨은 인테리어 구경이 제법 즐거운 곳이다.
테이블 한 켠에도 지브리 스튜디오 스티커가 붙어있다.
주문 후 바지락 칼국수가 먼저 나왔다. 불로 구워낸 커다란 파와 바지락들이 눈에 들어온다. 국물 맛은 진한 간장 베이스가 깊게 느껴지는 편이었다. 바지락은 상당히 자잘한 편이라, 뭔가 한국스런 바지락 발라먹기를 꿈꾼 사람들은 살짝 아쉬울수도.
뒤이어 나온 고기 교자만두. 오이소박이와 함께 먹는 방식이라 제법 참신했다.
음, 이건 고기만두와 오이를 함께 먹었을때 아삭거리는 식감이 괜찮았다. 만두 맛 자체는 우리가 다 아는 그 맛이다.
오이소박이가 상당히 짭짤하게
간이 잘 베어서, 뭔가 밥이 생각나는 맛이었음.
그리고 정말 궁금했던, 넓적우동이 나왔다. 딱 봐도 부들부들해보이는 넓직한 우동면이 잔얼음이 가득 담긴 소쿠리 위에 얹어져서 나온다.
간장 베이스의 소스와 크리미한 소스가 각각 나오고, 취향껏 넓적우동에 뿌리거나 찍어먹으면 된다.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편이라, 부들거리고 미끌거리는 우동면 잡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부어버렸다. 뭔가 넓적우동 특유의 야들거리는 식감이 재밌긴했는데, 맛이 엄청 특별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 탐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매력적으로 느껴질만큼 색다른 맛과 식감이긴 하다.
달큰한 파 향이 가득한 우동 국물로 입가심하며, 새로운 맛집 탐방을 마무리 했다.
가격대가 어느정도 있는 우동집이라 가성비를 추구한다면 살짝 주저되지만, 뭔가 새로운 맛을 찾는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법한 식당이 아닌가 싶다. 넓적우동은 뭔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을것 같아서, 다시 방문하면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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