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업계가 주목하는 팬톤의 "올해의 컬러"
매년 말이 되면, 디자인 업계는 미국의 컬러 컨설팅 회사 "팬톤"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색의 기준"을 만들어낸 회사인 팬톤은, 2000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컬러"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지정한 특정 색상은, 패션, 뷰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과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팬톤은 올해의 컬러에 항상 메세지를 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시름하던 2021년에는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와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 두가지 색상을 지정했는데,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색인 회색과 희망과 긍정을 담은 노랑을 동시에 선정함으로서 제한된 활동으로 지친 이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오는 2023년, 팬톤은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라는 핑크빛 색상을 올해의 색상으로 지정했다. 비바 마젠타는 딸기우유나 화장품의 핑크빛 색소로 활용되는 연지벌레에서 모티브를 얻은 색인데, 작지만 강한 생존력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능력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팬톤은 2022년 "연지벌레는 우리에게 살아남는 법을 보여준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작지만 단단한 껍질이 지난 2년간 얻었던 용기와 두려움을 표현해준다"라고 비바 마젠타 컬러의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색의 기준에서 색의 언어로 나아가다
팬톤은 화학을 전공한 로렌스 허버트가 창업한 회사다. 그는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똑같은 색상으로 발주를 내도 잉크 제조사가 조금씩 다른 색상을 만들어오는걸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60여개가 넘던 기본 잉크의 숫자를 10개로 줄이고, 각 색상별로 공식을 만들어 "색의 기준"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빨강색 20%와 노랑색 30%를 섞으면 팬톤### 색상이 나온다는 식의 공식을 통해, 세계 어느곳에서도 똑같은 색상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허버트의 아이디어는 금새 입소문을 탔고, 팬톤은 순식간에 색을 대표하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팬톤이 색의 기준을 정립하며 시장에서 자리잡아나가자, 대형 브랜드들이 앞다퉈 "고유의 색상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했다. 코카콜라는 자신들만의 빨강색인 팬톤 484를 수십년째 사용하고 있고, 티파니는 아예 창립년도인 1837년을 딴 팬톤1837 컬러를 소유하고 있다. 팬톤이 정한 색의 공식과 기준이, 어느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시장에 녹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팬톤이 성장해나가며, 국가들도 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빨강색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186C, 미국은 193, 일본은 032C를 사용한다. 각 국가들이 고유한 번호의 빨강을 사용하면서, 차별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팬톤 색채연구소, 색에 스토리를 더하다
팬톤은 브랜드에 맞는 색을 입혀주고, 기준이 되는 "컬러칩"을 판매하며 연 매출 500억대의 회사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사실 팬톤은 매출보단, 그들이 색을 통해 사회에 주는 메세지가 더 거대한 회사였다. 팬톤이 발표한 올해의 컬러는 금새 유명 패션브랜드의 메인 컬러가 되었고, 세계 각지에서 해당 색상을 모티브로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거대해지며, 팬톤은 색에 사회적 메세지와 스토리를 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22년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라는 사회공헌 단체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이 있다. 팬톤은 전세계에 7억명 넘게 존재하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더러운 물의 색"을 팬톤 컬러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왜,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하는지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팬톤의 매출을 날이 갈수록 하향세다. 물론 300억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것으로 발표되긴 했지만, 현재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익구조를 통한 성장은 어느정도 고착화된게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팬톤은 단순 매출로 판단하기보단, 그들이 색을 통해 풀어나가는 스토리와 메세지를 통해 유지 되는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각 기업과 브랜드들이 "색"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세지를 인지하고 있는 지금, 팬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영향력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탠리 STANLEY :: 3년간 지속되는 바이럴의 비밀 (0) | 2023.06.07 |
---|---|
브랜드 마케팅 :: 브랜딩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0) | 2023.05.28 |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팬심 (0) | 2023.05.25 |
MARVEL ::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흥행, 그리고 아이언맨에 대하여 (0) | 2023.05.23 |
해리포터 :: HBO MAX가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다 (0)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