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가 많은 곳, 특히 회사가 많은 곳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은 경쟁이 치열하다. 자리 잘잡고,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을 유혹할만한 가격대가 아니라면 오래가지 못하고, 박리다매로 판다 한들 회전율이나 맛이 따라주지 못하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하기 일수다. 그런면에서 강남, 종로 등 경쟁의 모든 조건을 갖춘곳에서 살아남은 식당들은 나름의 메리트가 분명히 있는 식당들이다.
오늘 소개할 종로 오감부대도 오랜기간 종로 한복판의 뜨거운 경쟁에서 잘 버텨온, 그런 맛집이다.
종로 르메이르빌딩 지하 2층 한곳에 위치한 오감부대. 르메이르 빌딩을 찾는건 크게 어렵지 않지만, 그 건물 안 입주한 수많은 건물 틈에서 오감부대의 간판이나 길안내를 찾기는 쉽지않다. 하나의 팁은 지하 2층에서 당구 공이 부딫히는 소리를 듣는다면, 오감부대가 바로 옆에있다는 정도?
부대찌개가 메인인 집이지만, 삼겹살과 항정살 등 돼지고기, 한우차돌박이, 쭈구미 등 저녁에 먹을만한 메뉴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있다. 1인분에 7,000원정도인 부대찌개에 비해서는 다소 가격이 있어보이지만, 여러명이 회식이나 모임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종로 식당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는 아닌 수준.
가게 내부는 상당히 넓직한 편이다. 여러명이 회식할 있는 긴 테이블도 많고,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충분하다. 확실히 점심시간의 회전율, 그리고 저녁의 모임을 고려한 테이블 배치가 돋보였다.
일행들이 전부 모이긴에는 시간이 좀 남아서, 먼저 도착한 인원끼리 전설의 쭈꾸미를 주문했다. 사실 매운걸 잘먹는 편이 아니어서 쭈꾸미같이 매콤한 메뉴 시킬땐 걱정하는편인데, 오감부대는 딱 적당했다. 그냥 쭈꾸미만 먹어도 무리없었고, 야채나 밥을 비벼먹어도 잘 어우러질듯한 밸런스가 잘 맞는 맛.
일행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이제 본격적으로 부대찌개타임을 시작했다. 이미 충분히 잘끓여져서 나와서, 불 올리고 발바로 시식하기 시작하면 되는건 엄청난 센스다. 배고픈 우리는 바로 라면사리를 넣고 먹기 시작.
부대찌개는 사실 너무 짜거나 특유의 향이 센 경우가 많아, 잘 못하는 집을 가면 오래 못먹는경우가 많다. 근데 오감부대는 쭈꾸미의 매콤함과 마찬가지로, 소세지의 맛과 국물의 밸런스를 잘 잡아서 오래오래 물리지않고 먹을 수 있는게 꽤나 큰 장점이었다.
아 그리고 기본찬도 무난하며 괜찮은편이다. 기본적으로 종로 밥집들의 필수템인 어묵, 샐러드부터, 볶음밥 할 때 넣을 수 있는 날치알까지. 반찬도 간이 세지않아서 어떤 메뉴를 시켜도 잘 어우러지는게 특징.
한잔 두잔 기울이며 부대찌개, 쭈꾸미를 즐기다 이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볶음밥 순서. 기본찬으로 나왔던 날치알, 쭈꾸미, 김치, 그리고 김을 넣어 옆테이블에서 아주머니가 친절게 볶아주신다. 쭈꾸미 양념장이 기본적으로 워낙 맵지 않고 맛있다보니, 볶음밥의 맛은 사실 보장되어있다. 거기다 날치알의 톡톡 튀는 맛, 김치와 김의 감칠맛이 더해지니 술로 채워진 위는 다시금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회식자리에 가면 뭐가됐든 메뉴가 많다는건 좋다. 많은 인원수 만큼 입맛도 다양하니까. 종로 오감은 이름처럼 모든 감각, 모든 인원을 만족시킬 수 있을만한 다양한 메뉴를 맛있고 괜찮은 가격대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날은 부대찌개와 쭈꾸미로 마무리되었지만, 나중에 기회가된다면 돼지고기도 한번 즐겨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들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점심시간에 부대찌개를 여럿이서 먹고 싶다면 꼭 한번 추천할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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